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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PP 탈퇴, 아베노믹스 흔들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하는 즉시 TPP 탈퇴를 통지할 의향을 표명했다. 트럼프는 다자 자유뮤역협정보다 양자 무역·경제협의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TPP를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중심으로 삼은 아베 정부는 TPP를 간단히 포기하지 않을 입장이다. 미국 이외 참가 11개국의 절차를 완료시키고, 일본과 유럽 등 자유무역의 틀을 추진하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자의 결정을 바꾸려는 노선을 고려한다. 아베 수상은 미국 없이 TPP 의미가 없다고 발언했다.

자민당은 트럼프 당선자의 TPP 탈퇴표명이 대통령 취임전 발언에 불과하다며 TPP 관련 심의를 계속할 방침이다. 자민당 각료는 트럼프 당선자의 TPP 탈퇴 성명은 예상했고, TPP 발효가 불가능하므로 일본 정부는 방침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참의원 TPP특별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하여 TPP의 교섭과정과 11월 17일 뉴욕에서 행해진 아베 수상과 트럼프 당선자의 회담에 대해 정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셋째)가 지난달 17일 뉴욕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셋째)가 지난달 17일 뉴욕 트럼프 자택에서 만났다. [AP=뉴시스]

트럼프 정부하에서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대한 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TPP의 미국의회 비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미국의 상황이 비관적인데 일본에서는 TPP가 의회 비준을 통과했다. 아베 내각은 TPP를 미일동맹의 상징이자 아베노믹스의 핵심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TPP가 폐기될 경우 아태 지역의 무역질서 경쟁에서 미일 대 중국의 대결구도가 누그러지고,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가 진전되고, RCEP과 FTAAP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협정)를 통한 지역경제통합에서 중국이 유리한 지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고 일본경제의 회복을 기대하는 일본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 트럼프 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동맹국 여부를 막론하고 양자적 접근을 통해 환율 및 무역역조의 시정, 시장개방 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수백만대의 차량을 수출하며 미국을 공격하고, 미국의 일자리와 돈을 빼앗고 있다고 발언했다. 일본에서 트럼프의 대일본인식은 1980-1990년대초 미일이 무역마찰로 대립하던 시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 환율조작을 경고하고 있는데, 트럼프 정권 출범을 계기로 엔저를 전제로 통화량 확대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일본은 점진적으로 아베-트럼프의 신뢰관계가 쌓이면서 TPP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트럼프의 발빠른 TPP 탈퇴선언으로 난처한 처지이다. 미일관계에서 지도자의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트럼프-아베 관계가 레이건-나카소네, 부시-고이즈미와 같은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지 미지수다. 2017년 2월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논의결과가 향후 미일관계를 규정짓는 시금석이 되겠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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