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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 지사장 돈 빌리고 '모르쇠'

미주중앙

입력

한국 유명 대기업의 미주법인장이 공장을 짓겠다면서 협력업체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렸다.

샘표USA '70만달러 채무' 피소
협력업체에 공장설립 자금 요구
"을이라 항의도 제대로 못했다"

물류회사인 TZ엔터프라이즈와 유니파워사는 샘표USA(법인장 신주홍)와 이회사 전 법인장인 이영근씨 등을 상대로 채무 불이행 소송을 2일 LA카운티 민사법원에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3년 전이다.

소장에 따르면 TZ엔터프라이즈와 유니파워사는 지난 2013년 9월 당시 샘표USA 법인장이었던 이영근씨의 요청 및 샘표USA 보증에 의해 50만 달러를 빌려줬다.

당시 샘표USA는 랜초쿠카몽가 지역에 무역회사(카마푸드서비스)와 식품 생산 공장(골든팟가든) 설립에 자금이 필요하다며 협력업체에 융자를 요청했다.

TZ엔터프라이즈측은 "2015년부터 원금과 함께 5년간 분할해 상환받기로 했는데 그 이후에 돈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본사에 지불을 요구했더니 '무역거래를 통해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면서 이를 조건으로 소송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TZ엔터프라이즈 조무상 대표는 "우리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일감이 끊길까봐 항의도 못했다. 오히려 나중에는 융자금 외에도 약속했던 무역대금 및 운송료(49만여 달러)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또 지난 몇 개월 동안 샘표측은 단 한 건의 주문도 주지않고 미수 금액 지불도 거절했기 때문에 결국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샘표USA가 설립했던 공장은 최근 경영난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 공장은 일본계 식품회사에 매각됐다. TZ엔터프라이즈측은 공장을 매각해 일단 29만 달러를 회수했지만, 융자금 및 무역대금 등 아직 70만 달러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결과 당시 샘표USA 법인장 이영근씨는 올해 1월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무상 대표는 "이 문제 때문에 한국 본사에까지 찾아갔지만, 샘표 본사와 미주법인 등은 이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샘표측은 당시 법인장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주장했지만, 그 가족은 최근까지 샘표USA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빌려간 돈과 밀린 대금만 받으면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소송장은 샘표USA측 변호사(토니 김)에게 전달됐다. 샘표측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30일 내로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본지는 샘표USA측에 수차례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듣지 못했다. 이 회사 데니 정 매니저(회계담당)는 "담당변호사와 상의해 대처하겠다"라고만 답했다.

지난 1946년 설립된 샘표는 '내 가족이 먹지 않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정직과 신뢰를 통한 설립 철학을 내세워 한국의 대표 식품 생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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