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도 「사재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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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대만이 주식·금·부동산등의 사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증하는 수출대전의 누적, 환차익을 노린 해외자금의 유입, 해외자산에서의 투자수익등 그야말로 주체할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외화자금이 이리저리 떠돌며 대만경제에 큰 말썽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동안 물가등을 자극하는바 없이 국제수지 흑자관리에 모범생으로 지목되어온 대만당국도 역시 엄청나게 불어나고있는 외화자금들 앞에는 그 한계를 보이고있는셈이다.
폭증하는 유입자금이 실물투기자금화하는데 골치를 앓고 있는 대만당국의 현실은 최근 무역흑자추세의 가속화와 물가상승 조짐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강건너 불은 아니다.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대만의 무역흑자액은 57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42억5천만달러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거기에 지난 16개월사이 대만 원화의 대달러환율이 18%나 평가절상되면서 종래 달러예금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던 자금의 국내역류도 심화돼 86년초이래 80억달러에 이르는 해외자금이 증식을 위해 대만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이같은 경제상황의 급진전에 따라 대만의 외환보유고는 4월말 현재 1년전수준(2백85억달러)의 거의 2배인 5백60억달러에 달하고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6월에는 6백억달러를 넘어설것으로 대만 중앙은행은 보고있다.
한달에 적어도 20억∼30억달러씩의 외화가 쌓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해양가의 암시장은 대만 국내에 불붙고있는 투기열풍의 일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허름한 점포들이 빽빽이 밀집한 그 거리에서는 요즘 달러거래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금덩이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금사재기붐에 따라 캐나다와 호주의 금화가 계약에 의해 공식 수입되게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주식도 주요 타기트가 되고있다. 상장주식이래야 이제 3천억원규모로 물량자체가 절대 부족한 증시쪽으로 일부 투기자금이 몰리면서 주식값은 엄청 치솟고있다. 연초이래 77%나 오른 주가지수가 그 열기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각종 투자 펀드에 대한 수요도 폭증, 투자회사들이 운용하는 수익증권등은 내놓기가 무섭게 매진사례를 빚고 있는 형편이다.
대만당국은 몰려들고 있는 이들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의 혼란을 크게 우려, 과열증시에 대해 일련의 규제진정책을 취했으나 여전히 치솟는 주가는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도 넘치는 돈에 의해 자극받고 있기는 마찬가지. 한통계에따르면 주요 대북근교 미개발지역의 땅값이 지난 1년새 80%나 뛰었으며 주요 상가지역과 아파트·사무실등도 각각 40%·20%씩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정부가 투자자 일반에게 계속 「이성과 자체」를 호소하면서 최근 일련의 과열규제책을 편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우선 증시진정을 위해 주식신용대부의 축소와 증거금율 인상, 그리고 관계기관이 주가대폭락의 경고를 계속 발하도록했다. 또 외화의 국내송금을 억제, 1만달러이상인 경우는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조치했다.
이같은 대만당국의 조치가 이미 몸단 투기열풍을 얼마나 식혀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개의치않는듯 여전히 북적거리는 주식시장과 한도액(1만달러)이하로 쪼개져 계속 늘고 있는 해외자금의 송금은 흑자대국 대만이 겪고 있는 고민의 심각성을 한결 더 무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앞서 흑자경제를 이룩한 대만이 겪는 고민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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