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90㎝ 이동형 펜스, 선수들 충돌 사고 막고…관중석은 영상 15도, 빙면 온도는 영하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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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선 올림픽 트레이닝 이벤트인 전국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대회가 열렸다. 경기장이 완공되기 전에 열렸는데도 선수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90cm 두께의 이동형 안전펜스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쇼트트랙에서 코너를 돌다 경쟁선수와 부딪히거나 얼음을 잘못 지쳐 넘어지면 펜스에 부딪힌다. 이 때 충격을 완화해야 할 펜스가 되레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피겨, 쇼트트랙, 아이스하키가 모두 열리는 태릉빙상장이나 목동아이스링크에 설치된 펜스가 딱딱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1·한국명 안현수)도 2008년 1월 태릉에서 훈련 도중 펜스에 부딪혀 왼쪽 무릎을 다쳤고 재활에만 1년 넘게 걸렸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푹신푹신한 이동형 펜스를 설치했다. 부딪힐 때 충격을 푹신함으로 한 번, 뒤로 밀리면서 또 한 번 흡수한다. 부상 위험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전국남녀대회에서 10여명의 선수가 넘어졌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지난 시즌 남자 쇼트트랙 대표였던 박지원(20·단국대)은 “ 안전한 펜스 덕분에 좀 더 과감한 레이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경기장 첨단 설비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국내 빙상장 중 처음으로 관람석 환경이 영상 15도와 습도 40%로 유지된다. 천장을 둘러싼 300개의 환기구에서 나온 온풍이 관중석만 따뜻하게 만든다. 빙면온도는 영하 4~ 영하 7도로 유지된다. 전국남녀대회 땐 반팔차림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관람석 1만2000석 중 1층 1840석은 수납식의 가변형이다.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28) 단국대 코치는 “규모는 물론, 빙질이나 펜스 등 세밀한 부분까지 선수들을 배려한 좋은 경기장”이라고 평가했다.

조직위는 지난 1일 유관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지난달 26일 경기장 천장 전광판을 바닥에 내리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난 이후 더욱 꼼꼼히 살폈다. 로커룸 등 편의시설이 규모에 비해 작다는 지적에 대해 조직위 측은 “테스트 이벤트 등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즉각 보완하겠다”고 대답했다.

강릉=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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