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경제] P2P 대출이 궁금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P2P 대출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는데요. P2P 대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기존 금융회사 대출과는 뭐가 다른지 궁금합니다.

개인이 중개업체 통해 돈 꿔줘…연 10% 이자 받지만 손실 위험도

P2P대출은 개인 간 대출(Peer to Peer)이란 뜻입니다. 온라인에서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개인(peer)이 모여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입니다. P2P 대출업체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 장소(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전통적인 대출은 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저축은행·대부업체 같은 금융회사가 대출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입니다. 대출 신청을 받으면 금융회사는 신청자의 신용도를 심사한 뒤 대출한도와 금리를 정해 대출금을 내주고 있죠.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금융회사 손실로 처리가 됩니다.

중개업체가 자금 투자자 모아
중·저신용자 위주로 중금리 대출
100여 곳 분산 투자, 부동산 펀딩
업체마다 손실 줄일 시스템 개발
법·제도 완비 안된 신종 금융산업
미국·중국선 부정대출 등 사고도

반면 P2P 대출업체의 역할은 대출 심사와 중개뿐입니다. 대출금을 모아주는 건 투자자이고, 나중에 대출금에 대한 책임도 투자자가 져야 합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선 대출자는 P2P 대출업체 웹·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 신청을 합니다. P2P 대출업체는 심사를 통해 대출자의 신용도를 체크한 뒤 대출자가 원하는 대출금에 적정한 금리를 매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용도 점수가 낮게 나오면 대출 대상자가 되지 못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일단 대출 대상자로 결정될 경우 P2P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를 합니다. 이를 보고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원하는 대출금이 달성되면 대출이 실행됩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투자하는 방식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고 합니다.

P2P 대출은 영국의 조파(ZOPA)라는 업체가 2006년 처음으로 만든 대출 방식입니다. 이후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저변이 확대됐어요. 2007년엔 미국의 렌딩클럽이라는 업체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당시 시가총액이 90억 달러(10조557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 P2P 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은행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바일 시대가 열린 영향이 컸죠.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P2P 대출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났는데요. 그 사이 빠르게 성장해 9월 말 현재 누적 대출액이 2940억원이나 됩니다.

국내 P2P 대출의 금리는 시중은행(연 2~3%)보다 높은 연 10% 안팎입니다. 이처럼 연 10% 안팎의 금리 대출을 중금리대출이라 하는데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도 수요가 많습니다. 은행 대출은 10단계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할 때 보통 1~4등급의 고신용자에게만 해 줄 정도로 심사가 까다롭습니다. 이로 인해 5등급이하 중·저신용자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며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P2P 금융은 이런 중·저신용자에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 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연 10% 금리로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대출자가 이자를 입금하면 P2P 업체는 일부 수수료를 뗀 뒤 곧바로 투자자에게 이자를 돌려줍니다. 현재 국내 P2P 업체를 통해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연 9% 안팎입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1~2%일 정도로 저금리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고수익 투자처죠. 물론 고수익을 제시할 땐 그만큼 위험요인이 뒤따릅니다.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투자금을 떼일 수 있습니다. 대출자가 이자를 늦게 갚아도 수익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죠.

P2P 투자수익에서 내야 하는 소득세가 27.5%로 은행 예금 이자소득세(15.4%)보다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100만원(10%) 수익이 났다면 27만5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죠. 이럴 경우 세후 수익은 72만5000원(7.25%)가 됩니다.

P2P 업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로 차별화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P2P 대출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 ‘8퍼센트(www.8percent.kr)’는 개인대출·소상공인대출·스타트업(초기기업)대출·주택담보대출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대출자가 대출금을 안 갚는 부실 사태가 발생하면 원금의 최대 50%까지 보장하는 안심펀드도 처음으로 출시했죠. ‘렌딧(www.lendit.co.kr)’은 개인대출을 중점적으로 하는 업체로 100여 개의 대출에 분산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부실대출 한두 건이 생기더라도 투자자가 입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테라펀딩(www.terafunding.com)’은 소형 빌라 신축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업체인데요. 누적대출액이 600억원 이상으로 P2P 업체 중 1위입니다. 빌라 주인이 건축 도중 부도가 날 경우엔 빌라를 경매에 넘겨 투자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P2P 시장이 커지다 보니 이제는 시중은행과 P2P 대출업체와의 제휴 상품도 생겼습니다. 전북은행과 ‘피플펀드(www.peoplefund.co.kr)’의 은행 통합형 대출인데요. 피플펀드가 대출자와 투자자를 모집하면 전북은행이 대출자에게 직접 대출을 해 주고, 투자자에게도 투자 수익을 직접 돌려주는 형태입니다. 이 상품은 은행이 연체관리와 추심을 담당합니다.

물론 숙제도 있습니다. P2P 업체 상당수는 수수료를 안 받거나 적게 받고 있습니다. 일단 시장이 커질 때까지 고객을 모으는데 집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수익 없이 버티는 건 한계가 있죠. 어느 시점에선 적정 수수료를 받아야 할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P2P 대출은 신종산업인만큼 아직 법이나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중국 등에서는 대형 대출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렌딩클럽은 올해 5월 2200만 달러 규모의 부정대출을 중개한 사실이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중국의 e쭈바오라는 업체는 지난해 12월 허위정보로 500억 위안의 자금으로 모집한 뒤 유용했다가 공안당국에 적발이 됐습니다. 국내에선 2006년 설립된 1호 P2P 대출업체 머니옥션이 얼마 전 투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일부 투자자의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중국에 비하면 국내 P2P 대출시장에서는 다행히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자율 경영을 보장하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P2P 대출업체가 투자자의 투자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신탁하도록 했습니다. 투자금을 유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 일반 개인투자자의 경우 연간 P2P 대출업체 1곳을 기준으로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액 제한을 뒀습니다. P2P 업계에선 투자자 보호장치는 환영하지만 투자 한도가 너무 작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앞으로 금융당국이 이 한도를 점차 늘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P2P 대출이 급전이 필요한 이들과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됐으면 좋겠네요.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