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책임감 현상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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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너무 짧아 황당했습니다. 여야 3당은 오늘 여ㆍ야ㆍ정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야당은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실무 멤버로 지정했습니다. 경제 사령탑에 대한 혼란을 정리한 셈입니다. ‘포스트 탄핵’의 안개가 엷어지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런데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자마자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원내대표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책임 있는 행동인지는 의문입니다. 여당 사령탑이 사의를 밝히면서 여ㆍ야ㆍ정 협의체가 붕 떠버렸습니다. 정 대표는 “계파를 떠나서 국가적 대의를 쫓는 책임 있는 공인의 자세를 견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이 당부에 대한 자문자답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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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에 대해 말하자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온 나라가 난리였어도 장관은 자기 일을 했어야 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닭ㆍ오리 887만 마리가 매몰됐고, 앞으로도 154만 마리를 더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1인 1판’으로 계란 판매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AI가 농장을 넘어 식탁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도대체 농식품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도대체 여당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상 수배해야 할 것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만이 아닙니다. '책임감'을 보신 분, 어디 안 계십니까.

김영훈 디지털담당 fili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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