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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자질 북돋워야 한다.|특수교육결과 학습·사고능력 급성장 우수 아동끼리 모이면 겸손 배우기도|영재아교육 과학분야선 더욱 중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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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토요일 하오2시 서울 봉천9동 서울대사대 정연태 교수 (64·물리교육) 자택. 4개의 방마다 꼬마들이 모여 무언가 열심히 떠들고 있다.
이곳은 정교수가 영재아의 계발을 위해 지난 84년부터 교육실험을 하고있는 연구소.
4∼12세의 영재아 1백여명이 특수한 프로그램에 따라 사고력·적응훈련 등을 받고있는 영재아 교육장이다.
5∼6세의 유치원부. 선생님이 문제를 제시한다. 선생님은 정교수의 제자인 물리교육과 학생들. 10명의 학생들이 각 그룹을 맡아 지도한다.
『고양이 꼬리는 산들이다·사자꼬리는 산들이 아니다. 소시지가 산들이다. 호떡은 산들이 아니다. 그럼 「산들」이란 무엇일까요. 손가락은 산들일까요』
이것은 기초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 「산들」은 실제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이 도입한 단어지만 어린이들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개념을 말한다. 그래서 한가지 답이 아닌 갖가지 대답이 나온다.
『초록색의 도화지 2장은 모두 목장입니다. 여기에 4장의 벽돌이 놓여있어요. 어느쪽 목장에서 소가 풀을 많이 먹을 수 있나요.』
한쪽 도화지는 벽돌이라고 부르는 빨간색 네모종이가 귀퉁이에 몰려있고 다른 도화지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이것은 어린이들의 보존개념을 보는 과정입니다. 벽돌이 놓여있는 위치는 달라도 전체 면적은 같다는 것을 알려 주지요』 유상호군 (29·물리교육4)의 말.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재미있어요.』 신석자군 (10·S국교3년)은 1년만에 4학년 산수에서 중학2년 수학까지를 이해한 영재. 지금은 중3 수학을 거의 끝낸 단계다.
85년초부터 사고력훈련을 받은 신군은 12세 이전에 대학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지를 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어머니 김분옥씨 (37·서울서초동)는 『이 과정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국교2년생인 이규문군 (8)은 5살때 지도책을 보고 세계의 위치와 수도를 파악한 영재아. 지난해 10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군의 어머니 김정혜씨 (37·Y중과학교사)는 『처음에는 학교공부에 너무 산만해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했지요. 이제는 비슷한 능력의 또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겸손해지고 경쟁의식이 생겨 탐구하는 활동이 늘었읍니다』고 지적한다.
영재아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 법률로 영재아를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법률은 영재아를 「뛰어난 능력을 지녀 장차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것으로 자질을 갖춘 전문인에 의해 인정된 자」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특별프로그램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영재아 교육이 교육의 평등주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타고난 능력·소질이 다르므로 그에 적합한 교육을 하는 것이 바로 평등이다』고 주장한다. 4년간 실험교육 결과 영재아에 대한 알맞은 교육이 학습의 가속화와 함께 사고력도 신장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
『그런데도 오해를 많이 받았읍니다. 영재아 프로그램이 과외금지 조치에 해당되는가 염려해 학교공부와 관련되는 것은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경우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영재아 교육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과학분야에서는 더욱 중요성이 크다는 것.
뒤늦게 지난 2월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들이 모여 한국영재아교육협회를 구성, 한국의 꿈나무를 키우는데 힘을 합하고 있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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