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러시아가 트럼프 돕기 위해 선거 개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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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e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사람들이 러시아 정부와 연결된 사실을 미 중앙정보국(CIA)이 확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e메일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특정인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CIA 고위 관계자는 2주 전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보고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클린턴보다 트럼프를 더 좋아하도록 만들고, 또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돕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9일 성명을 내고 “(CIA는)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선거는 이미 트럼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으며, 이제는 앞으로 다시 나아가 미국을 또 한 번 위대하게 만들 때”라고 반박했다.

위키리크스의 e메일 해킹 폭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7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린턴을 민주당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전대를 하루 앞둔 이날 경선을 관리해야 할 전국위원회(DNC)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방해한 정황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샌더스는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지만 분노한 샌더스 지지자들은 “클린턴을 찍지 않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기간 동안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전면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사 모나코 백악관 국토안보 및 반테러 담당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1월 20일 이전에 보고서를 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CIA의 이런 평가에 대해 17개 정보기관 담당자에 따라 사소한 이견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해킹한 사람은 확인됐지만 러시아 성부가 이들에게 해킹한 e메일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넘기도록 지시한 자세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WP는 “러시아는 과거에도 민감한 정보 작전엔 중개인들을 참여시켜 부인할 여지를 마련해뒀다”며 러시아 개입에 무게를 뒀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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