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워런 버핏'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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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의 워런 버핏(미국의 대표적인 증권투자자)'을 키워라-.

대우증권이 업계 최초로 자산관리 전문가를 본격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증권사는 최근 박찬호(31)씨 등 영업 성과가 탁월한 사원.대리급 직원 6명(사진)을 뽑아 2년간의 스파르타식 교육에 들어갔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 자산관리 계좌)'가 증권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역량을 겸비한 '머니 매니저'를 양성키로 한 것.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증권사 자산관리사(FP)가 직접 주식.채권과 함께 주가지수 선물.옵션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대우증권이 1차로 선발한 6명의 머니매니저 후보들은 2년간 일상적인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대신 사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정보기술(IT).금융.제조업 분야의 리서치 업무▶금리.채권.신용 분석▶선물.옵션 투자법▶투자정보 활용법▶모델 포트폴리오 작성과 모의운용 등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FP.투자상담사.운용전문인력.선물거래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최태룡 대리(31)는 "이제껏 거래수수료가 주 수입원이었던 증권사의 낡은 패러다임을 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소수의 인력이 자산운용을 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회사 내에서 우수한 자산관리 인력을 발굴하는 길을 터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머니매니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투자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장기적으로 영업직원 대부분을 머니매니저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다른 증권사도 랩어카운트 시행을 앞두고 최근 운용조직을 신설하거나 펀드매니저 확충을 서두르는 등 증권사 간 '자산 획득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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