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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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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호 28면

전국 각지의 좋은 우리 술을 알려보겠다고 달려온 지 벌써 3년. 우연히 참가한 양조장 투어에서 평생 술을 빚어온 명인들을 만난 후,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특히 전주 이강주를 빚는 조정형 명인의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50년간 술과 함께 해온 그분은 “이강주 제조가 숙명처럼 느껴진다”며 “사람들은 ‘조정형’이라는 이름 석 자는 기억 못 해도 ‘이강주’라는 이름은 기억하고, 아예 나를 이강주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명인은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굴지의 양조 회사였던 목포 삼학소주에 입사하면서 술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애주가들의 기호에만 맞춘 술이 과연 좋은 술인가?’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조상 대대로 이어온 가양주가 진정한 우리 술이라는 생각에 민속주 연구에 매진했다. 1980년대 초부터 전국을 떠돌며 술을 공부하느라 가산을 탕진한 건 물론이고 산천을 헤매다 간첩으로 오인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결국 1988년 무형문화재 지정을, 96년 명인(名人) 칭호를 받았다.


이런 분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게 지금의 대동여주도(酒)다. 최근에는 우리 술에 애정을 갖고 널리 알리려는 사람들도 늘고, 전통주에 특화된 업장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오늘 소개할 곳도 이제 막 오픈한 전통주 전문 바 ‘작(酌)’이다. ‘달 아래서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딴 이름이다.


IT업계에서 일하던 강병구(39) 대표는 2012년 전통주 연구소에서 술 빚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우리 술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공부할수록 “우리나라엔 술 잘 만드는 분들이 많으니 나는 그 술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10월 역삼동에 전통주 전문 바를 오픈했다. “왜 주점이 아닌 바(Bar)인가” 물었더니 “퇴근길에 잠시 들러 위스키처럼 잔으로 조금씩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작에서는 현재 40여 종(증류주 27종, 탁·약주 14종)을 팔고 있다.


안주는 일반적인 바와 조금 다르다. 가볍게 먹기 좋은 연어 샐러드, 문어 초회, 통새우크림 고로케, 오코노미야키가 있는가 하면 식사대용으로 즐기기 좋은 어묵탕과 해장용으로 좋은 나가사키 짬뽕 등도 준비돼 있다. 가격대도 1~2만원대로 부담이 적다. 전통주의 경우 잔술 또는 병으로 판매하는데 잔술은 5000~7000원 선. 전통주 칵테일은 총 17종이 준비돼 있어서 입맛 따라 골라 마시기 좋다.

▶작(酌)에서 추천하는 전통주 칵테일 3종 (왼쪽부터)


- 고진감래: 감홍로 베이스의 칵테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1만5000원


- 선비: 전통소주의 강렬함과 선비의 꼿꼿한 기개가 느껴지는 안동소주 칵테일. 1만2000원


- 성산 일출봉: 새롭게 떠오르는 희망의 태양을 상징. 제주도 전통 소주 고소리술 베이스. 1만2000원


▶작(酌)에서 추천하는 전통주 Best 5


- 송화백일주: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국내 유일의 사찰법주. 모악산 800m 고지 절벽 아래 있는 수왕사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의 고산병 예방, 기(氣) 충전을 위한 술이었다. 송홧가루와 솔잎, 각종 한약재를 사용하고 물은 전국 3대 약수로 손꼽히는 수왕사 약수로 빚는다. 연간 2000병 정도만 생산하는 희소가치 높은 술이다.


- 이도: 충북 청주의 증류식 소주. 출시 된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새내기지만 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 중 하나다. 세종대왕의 이름에서 따온 술 이름은 기억하기도 쉽다. 청주의 명물인 초정광천수와 유기농 쌀로 만든다. 뒷맛이 깔끔하다.


- 감홍로: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용궁 가자”고 거북이를 꾈 때, 『춘향전』에서는 춘향이가 상경하려는 이몽룡을 붙잡기 위해서 내놓은 술이 감홍로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 3대 명주라 명명했고, 골동반(비빔밥)·평양냉면과 함께 평양 3대 명물로 손꼽힌다.


- 문경바람: 인공 첨가물 없이 자연 그대로 발효해 숙성시킨 사과 증류주. 사과 발효주를 증류시키면 65도의 증류액이 만들어지고, 이 원액을 일정 기간 옹기와 오크통에 숙성시켜 만든다.


- 이강주: 선조 때부터 양반들이 즐겨 마시던 고급 약소주.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다. 배와 생강이 들어간다고 해서 이강주라 불린다. 옅은 노란색 덕분에 술꾼들 사이에선 ‘여름 밤 초승달 같은 술’로 불린다.


ps. 한때 1000여 종에 이르렀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우리 술 릴레이 샷’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우리 술을 소개한 후 원샷, 다음 사람을 지명하는 영상을 #우리술릴레이샷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려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대동여주도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drinksool)과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www.facebook.com/nsooln)를 참고해주세요. ●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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