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궁금했다 “엄마는 왜, 커피 들고 화장실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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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엄마는 커피는 식으면 맛이 없다면서/커피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모든 게 다 때가 있는 거다/그 때가 온 거다/이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이는 동시 ‘변비 엄마’의 전문이다. 시 제목으로는 좀 민망하지만, 시에 실린 화자의 관찰력은 꽤나 예리하다. 실은 이 시집 전체가 그렇다.

2011년 등단한 송선미 시인의 첫 동시집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썰찌 그림, 문학동네, 104쪽, 1만500원)은 머나먼 자연이 아니라 가까운 일상에서 섬세한 관찰력을 발휘한다. 그 화자는 때로는 초등학생 쯤의 어린이, 때로는 그보다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엄마·아빠 생각에 골몰하는 누군가의 자녀다. 그저 생활인이나 혹은 저자처럼 시인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달리 말해 이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은 폭넓은 공감력의 다른 말이다. 여러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화자의 시선에 따라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수시로 입장을 바꿔보게 한다. 이런 시를 읽노라면 어른 독자도 지금 선 자리에서 벗어나 또다른 고저와 원근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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