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 음주단속에 44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일하다 얻어마신 소주 3잔이 전부인데….”

1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 삼거리 앞. 친구 4명이 함께 탄 승용차의 운전자 장모(23)씨는 경찰 음주단속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장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8%. 경찰 음주단속 현장을 보고 도주한 점까지 고려해 경찰은 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장씨는 “얼마 안 먹었는데 혹시나 걸릴까봐 나도 모르게 도망쳤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5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경찰 257명과 순찰차 100여대를 투입해 서울 시내 전역에서 음주단속을 벌였다. 총 44명을 적발했으며 14명은 면허취소,29명은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1명은 음주측정 수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채혈을 요구해 병원으로 향했다.

경찰이 이날 대대적인 인원을 투입해 오전 시간대 음주단속에 나선 것은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특히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조금 잠을 자다 덜 깬 상태에서 출근길에 운전하는 이른바 ‘숙취형’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모씨는 지난 10월 16일 새벽까지 친구들 모임에서 술을 마시다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량에서 잠이 들었다. 1시간여 동안 자다 일어난 이씨는 오전 7시 50분쯤 출근하기 위해 차량을 운전하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에서 적발됐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오전에는 교통체증을 우려해 경찰이 단속을 잘 안한다는 점을 알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소주 한 병 이상 마시면 7시간은 지나야 운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취형 음주운전자 외에도 밤새 술을 마시다 차를 몰고 집에 가는 이들도 오전 음주단속의 주 타깃이다. ‘밤샘형’ 음주운전이다. 이 경우 마신 술의 절대 양이 많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모(31)씨는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밤새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서울 송파구 장지동까지 운전하다 인도 난간을 들이받았다.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5%였다.

이밖에 ‘야근형 음주운전자’도 있다. 새벽까지 일을 하다 퇴근하는 과정에서 몇잔 마시다 단속되는 경우다. 이서영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술을 한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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