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축구 챔프 꿈 실은 비행기 추락, 6명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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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인 산악지대에 추락해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사고기. [메데인 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인 산악지대에 추락해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사고기. [메데인 AP=뉴시스]

브라질 1부 리그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 선수와 구단 관계자, 취재기자 등 81명을 태운 전세 항공기가 29일(현지시간) 새벽 콜롬비아의 산악지역에 추락했다. 볼리비아 산타크루스를 출발한 항공기는 콜롬비아 메데인 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구조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콜롬비아 경찰당국은 이날 선수 4명을 포함해 6명이 구조됐으며 7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클럽대항전 결승 진출 브라질 팀
선수단 등 81명 탑승 75명 사망
4부리그서 1부 승격, 챔프전까지
남미축구연맹 대회 중단하고 애도

이 항공기엔 샤페코엔시 선수 22명과 구단 임원 8명, 기자 21명, 승무원 9명 등 총 8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샤페코엔시의 수비수 알란 루셸, 골키퍼 마르코스 다닐로와 잭슨 폴만 등 구조된 생존자 6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90명의 구조요원이 급파됐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 탓에 구조 활동이 지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추락한 항공기는 볼리비아의 전세기 전문 항공사 ‘라미아’가 운영하는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146 항공기다. 콜롬비아 항공 당국은 이 항공기가 전날 오후 10시쯤 전기 고장으로 비상 신호를 보냈으며, 사고 직전인 이날 자정께부터 지상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항공청의 알프레도 보카네그라 청장은 “이 항공기 측이 비상 착륙 요청을 보내와서 허가했지만 끝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1973년 창단된 샤페코엔시는 인구 20만의 도시 샤페쿠를 연고지로 하는 축구팀이다. 2009년 4부 리그까지 떨어졌던 샤페코엔시는 2014년 1부 리그로 다시 승격했다. 30일 메데인에서 콜롬비아의 프로축구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과 남미 클럽 대항전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 1차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지난 24일엔 창단 이후 최초로 이 대회 결승 진출까지 확정지으면서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올 시즌 국내프로축구 성남FC에서 활약한 실빙요(27)의 전 소속팀이기도 하다.

이날 사고로 남은 코파 수다메리카나 일정은 전면 중단됐다. 이 경기를 주관하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맹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축구스타 네이마르(24·FC바르셀로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샤페코엔시 엠블럼과 애도 리본 그림과 함께 ‘비극적인 사건을 믿을 수 없다.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축구선수단을 태운 비행기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9년 5월4일 이탈리아리그를 4연패중이던 토리노팀 소속 선수와 관계자 등 31명을 태운 전세기가 토리노시 외각의 수페르가 언덕에 추락해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이탈리아 국가대표도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국장으로 치러진 추도식에는 약 80만명이 참가했다. 58년 2월6일엔 ‘뮌헨의 비극’이 발생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 선수들과 기자 등 44명을 태운 비행기가 뮌헨-리엠 공항에서 이륙 도중 사고를 일으켜 공항 펜스에 돌진했다. 당시 선수와 팀 관계자·기자 등 23명이 숨졌고, 골키퍼 해리 그레그 등 선수 등 21명이 살아남았다. 1993년 4월에는 잠비아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추락해 선수 전원이 사망했다.

이기준·박린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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