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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선 지금…|"무연탄 3천억어치 잠자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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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탄광업계가 불황의 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정부의 증산정책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인 2천4백만t의 무연탄을 생산했으나 지난 겨울 이상난동으로 연탄소비가 준데다 요즘 비수요기까지 겹쳐 매탄이 안되기 때문.
특히 자본이 영세하고 탄질이 나쁜 연산 10만t미만의 중소탄광들은 운영난이 더욱 심해 노임체불과 산재료·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체납이 늘고 조업단축과 휴·페업이 속출하는 등 최악의 파산위기에 놓여 있다.
탄광업계가 집계한 전국의 무연탄 재화량(재화량)은 현재 9백40만t. 3천2백33억원(6급탄 기준·t당 3만4천4백원)의 운영자금이 묶여 있는 셈.
◇체화 = 전국의 적정 재화량은 5백만t으로 1백만t의 과부족이 발생하면 흔히 연탄파동이 오는데 현재는 무려 4백여만t이 초과해 지난 81년 저질탄 파동때보다 탄광불황이 심각한 상태로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예년엔 연탄공장에서 성수기인 12∼1월 월간 1천8백만∼2천만장의 연탄을 생산했으나 올해는 절반수준인 1천여만장을 생산했다.
또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전국 대도시도 마찬가지로 50%나 소비량이 줄었다.
◇운영난 = 태백시 관내 56개 탄광 가운데 1월분 노임을 체불한 업체만도 현재 9개 탄광에 1억9천2백80만원, 3월말까지 지급일인 2월분은 10여개 탄광에서 3억여원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또 산재료는 13개 탄광에 6억4천만원, 전기료도 24개업체에 6억4천만원이 평균 8개월씩 체납되고 있으며 진페기금 체납액도 4억원에 이른다.
특히 전국의 탄광 산재료체납액은 1백30억원. 특히 운영난이 심한 곳은 연산 10만t미만의 영세중소탄광.
대단위 탄광들은 탄질이 좋고 연탄공장을 자영, 판로난을 덜 겪는데 비해 중소탄광들은 저질탄에 주거래처인 도시의 연탄공장들이 1월부터 송탄중지를 요구하고 탄값도 2∼5개월짜리 장기어음으로 지급,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태백시 J탄광의 경우 월 1만4천t씩 생산하던 무연탄을 1월부터 1만2천t으로 2천t 감산하고 있으나 그나마 주거래처인 서울 S연탄과 C연탄공장이 구입량을 절반으로 줄여 판로가 막힌 상태.
이 탄광 권재용 총무과장은 『현재 10억원어치인 3만여t이 체화, 자금회전이 막힌때문에 월 4억5천만원의 운영비를 대부분 어음할인이나 시중사채에 의존하고 있다』며 『탄값을 장기어음으로 받는데다 그나마 최고 2%이자로 할인해 써 2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중소탄광 가운데도 규모가 특히 작은 월 1천∼5천t 생산의 조광들은 판로가 완전히 막히고 신용도가 뒤져 어음할인마저 안돼 휴·페업이 속출하고 있다.
1천t 생산규모의 태백시 M탄광은 2월 하순 1억원의 부도로 도산, 문을 닫았고 문경 S광업소도 2월 중순 주거래처인 대구와 부산의 연탄공장과 거래가 끊기자 제3갱을 휴광했다. 탄광업계의 불황으로 탄광촌의 경기도 침체 상태.
황지 중앙시장의 K식당 주인 박모씨(48·여)는 『작년 12월까지만해도 하루 10만원을 웃돌던 매상이 요즘엔 2만원어치 팔기도 어렵다』며 『탄광불황치곤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점 = 탄광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매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등 외적 요인 외에도 정부의 정책부재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석탄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벙커C유의 수입, 제조·판매 등의 세액일부를 재원으로 석탄생산원가의 80%를 석탄광에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가보조는 중소탄광종사 광원들에 대한 전직훈련 등 탄광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탄광업계의 적자를 메워주는 임시방편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석탄정책은 서민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규모가 큰 업체위주로 육성, 영세탄광의 적자가 탄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추세』라며 『국고보조금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 = 탄광업계는 대책위원회를 구성, 정부의 정책개선을 건의하는 한편 정부비축수매량과 발전용 탄 증배, 하기저탄자금 조기방출 등을 촉구했다.
정부는 3월말까지 정선군 신동종합저탄장의 20만t과 정동 저탄장 10만t 등 전국 4개 저탄장을 통해 무연탄을 수매해왔으나 물량이 적어 현재 전국의 체화량을 줄이기엔 절대부족한 실정.
업계는 특히 정부의 증산책으로 무연탄체화가 더욱 늘었음을 감안, 수매확대와 함께 월단위의 대금결제 기간을 15일 단위로 앞당겨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경북·강원=이용우·권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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