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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12월호] ‘나쁜 무당’ 하나 때문에 전체를 폄하할 순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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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부터 이어진 원시종교

일본 나가노(長野縣)현의 샤머니즘인 ‘하나마쓰리(花祭)’. [중앙포토]

일본 나가노(長野縣)현의 샤머니즘인 ‘하나마쓰리(花祭)’. [중앙포토]

한번도 굿을 구경한 적도 없고 무당을 찾아간 적도 없는 사람도 의외의 장소와 때에 무교(巫敎)와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정치와 종교, 국제정치와 종교가 만나는 현장에도 무교가 있을 수 있다.

김환영의 종교 이야기 ⑧ 샤머니즘
한·중·일, 동남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세계가 영향권…
샤먼, ‘유체이탈’ 통해 사자들 있는 하계(下界)로 가서 길 잃은 영혼 찾아오기도

어느 천도교 지도자에게 이런 내용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서학(西學)이 던진 충격에 대항해 유불선(儒佛仙)과 무교의 최고 장점과 핵심을 취합해 태어난 것이 동학·천도교이며, 동학·천도교가 다시 그리스도교를 만났을 때 통일교, 유교와 만났을 때 갱정유도, 불교와 만났을 때 원불교, 마르크스주의와 만났을 때 주체사상, 샤머니즘과 만났을 때 증산계열의 종교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그 천도교 지도자가 한 말을 기자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표현상 잘못이 있다면 전적으로 기자의 잘못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종교 수입국·수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무교를 배제하고 우리나라의 종교 지형을 말할 수 없다. 대한경신연합회의 추산에 따르면 무속인 수가 20만 명을
넘는다. 무교를 영어로 ‘무이즘(Muism)’, ‘코리안 샤머니즘(Korean Shamanism)’이라고도 한다.

작두 타고도 발에 상처 안 나야 진짜?

만구대택(萬口大擇)굿을 하기 위해 작두에 올라선 경관만신(만구대택굿을 주관하는 큰 무당). 이 굿은 황해도 지방의 강신(降神) 무당 가운데 큰 무당이 하던 굿으로 마을의 대동단결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했다. [중앙포토]

만구대택(萬口大擇)굿을 하기 위해 작두에 올라선 경관만신(만구대택굿을 주관하는 큰 무당). 이 굿은 황해도 지방의 강신(降神) 무당 가운데 큰 무당이 하던 굿으로 마을의 대동단결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했다. [중앙포토]

샤머니즘이란 무엇인가?

우선 질문을 한 가지 해보자. 여러분에게 주변의 어떤 사람이 “당신은 신기(神氣)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신기라는 말 자체는 중립적이다. 오히려 좋은 말에 가깝다. 이렇게 풀이되고 있다. “(1)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운기(雲氣), (2)만물을 만들어 내는 원기(元氣), (3) 정신과 기운을 아울러 이르는 말.”

신기 없이 무당이 되거나 무당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 사회의 지도자라면 예지(豫知, 즉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앎”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비저너리(visionary)다. 무교의 관점에서 보면 비저너리는 신기가 있어야 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하는 샤머니즘(shamanism)은 이렇다. “원시적 종교의 한 형태. 주술사인 샤먼이 신의 세계나 악령 또는 조상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적인 교류하며, 그에 의해 점복(占卜), 예언, 병 치료 따위를 하는 종교적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 특히 시베리아·만주·중국·한국·일본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무교(巫敎)·무술(巫術).” 이 정의는 아주 적절하다. 샤머니즘을 연구한 학자들의 견해의 정수(精髓)와 일치한다.

샤머니즘은 ‘자연종교(自然宗敎)’다. 자연종교는 “종교의 발달 과정에서, 국민적 또는 세계적 종교에 이르기 이전에 생겨난 자연 발생의 원시적 종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원시종교(原始宗敎)’와 거의 동의어다.

샤먼·샤머니즘은 퉁구스어에서 유래했다. 16세기부터 모피를 찾아 시베리아를 정복하기 시작한 러시아 사람들이 샤먼·샤머니즘의 존재를 세계로 전파했다. 샤머니즘 관념이 서부 유
럽에 도달한 것은 17세기 말이다.

샤머니즘을 ‘협의(狹義)의 샤머니즘’과 ‘광의(廣義)의 샤머니즘’으로 나눠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샤머니즘의 본산은 시베리아와 북극 지역에 국한된다. 넓게 보면 한·중·일, 동남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세계가 샤머니즘 영향권이다. 광의의 샤머니즘 관점에서 보면 시베리아 샤먼이나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위치닥터(witchdoctor)나 북아메리카의 메디신맨(medicine man)이나, 한국의 무당을 한 범주 속에 묶을 수 있다. 모두 비슷한 일을 하는 한 식구, 한 동료다.

이러한 인식에는 몇 가지 비판이나 보론(補論)이 따라붙는다. 우선 ‘시베리아 샤머니즘’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존재 양식 자체가 너무나 다양하다. 한국 무속의 경우에도 남쪽 지방과 북쪽 지방이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제주도 등 남부에서는 엑스터시 현상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 샤먼이 여성 샤먼보다 많은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샤먼을 종교 전문가라고 하기 쑥스러울 정도로 샤먼과 일반인의 경계가 불투명한 지역 사례도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두를 타고도 발에 상처가 나지 않아야 한다. 상당수 다른 문화권 샤머니즘에서는 그 반대다. 예컨대 배를 갈라 피를 내고도 전혀 아프지 않아야 한다.

샤머니즘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라는 지역명 자체가 러시아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샤머니즘의 개념을 전 세계로 확장해 적용하려면 무리가 따른다. 즉, 시베리아가 샤머니즘의 ‘종주지역(宗主地域)’인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남아시아, 인도가 샤머니즘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 샤먼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시베리아 샤머니즘 자체가 불교·이슬람·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무엇이 샤머니즘의 본래 모습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변성의식 상태에 이르기 위해 자학(自虐)하기도

한국적 샤머니즘을 녹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 영화에서 박수무당 일광 역을 맡은 황정민은 올백 머리와 금시계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사진 폭스]

한국적 샤머니즘을 녹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 영화에서 박수무당 일광 역을 맡은 황정민은 올백 머리와 금시계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사진 폭스]

샤머니즘은 대체적으로 비서구·전근대·후진국에서 발견된다. 세계를 서구와 비서구, 근대와 전근대, 선진국과 후진국 같은 거대한 이분법으로 이해하면 물론 어느 정도 편리한 점도 있다. 하지만 많은 세세한 차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며, 상당한 왜곡이 수반된다.

그러나 상당수 학자는 이분법을 넘어 시공을 초월한 샤머니즘의 보편성을 주장한다. 그들의 인식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 공통의 조상 언어에 상응하는 인류 공통의 시원(始原)적 종교가 있을까. 그것은 샤머니즘일까. 오늘날에도 ‘글로벌 샤머니즘’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샤머니즘’이 성립하려면 샤먼·샤머니즘의 일반형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형의 구축은 서구 학계 샤머니즘 연구에서 기념비적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인 미르체아 엘리아데(Eliade, Mircea, 1907~1986)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루마니아 출신 종교사학자로 시카고 대학 종교학과장을 지냈다. 여러 종교사상·우주관을 비교 연구하고 일상생활 속 신비를 소재로 소설도 썼는데 아무래도 그는 주저(主著) <샤머니즘(1951/2004)>으로 기억된다.

엘리아데에게 샤머니즘은 그 유래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올라가는 ‘엑스터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기법(techniques of ecstasy)”이다. 샤머니즘 연구자들은 엑스터시 대신에 트랜스(trance)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엑스터시=“감정이 고조돼 자기 자신을 잊고 도취 상태가 되는 현상. 움직임이 없이 외계(外界)와의 접촉을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황홀감’으로 순화.” 용례로는 “엑스터시를 느끼다/ 무당이 엑스터시 상태에 빠져 혼령이 말하는 대로 읊조린다”를 제시했다.

트랜스(trance)=“정상적인 의식이 아닌 상태. 최면 상태나 히스테리 상태에서 나타나는데 외계와 접촉을 끊고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가 특수한 희열에 잠기는 것을 이른다.”

영육(靈肉) 분리되는 과정에서 미치기까지

샤머니즘 신앙이 남아 있는 바이칼호의 올혼(Olkhon)섬 주변에 해골이 나뒹굴고 있다. 바이칼호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다. [중앙포토]

샤머니즘 신앙이 남아 있는 바이칼호의 올혼(Olkhon)섬 주변에 해골이 나뒹굴고 있다. 바이칼호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다. [중앙포토]

샤먼은 어떻게 평상시의 의식상태에서 변성의식상태(變性意識狀態: Altered State of Conscious, ASC)에 속하는 엑스터시·트랜스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춤·북소리뿐만 아니라 엔테오젠(entheogen)으로 통칭되는 약물이 동원된다.(엔테오젠은 ‘내면의 신성함을 발생시키는’이라는 뜻이다) 독성이 강해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광대버섯(Amanitamuscaria)이 대표적이다. 잠 안 자기, 단식하기, 알몸으로 영하의 날씨에서 일하기 등으로 몸을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샤먼은 자신이 일반인과는 다른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받아야 한다. 막강한 힘과 지식을 지녔다는 것을 과시해야 한다. 엑스터시·트랜스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그런데 샤먼은 엑스터시·트랜스 능력을 활용해 무엇을 하는가.

우선 치유와 예언이 생각난다. 사실 샤먼의 어원에 대한 가설로 ‘아는 자(one who knows)’가 제시된다. 샤먼은 뭔가를 알기에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보는 ‘아는 소리’를 할 수 있다. 치유·예언 둘 중 하나를 꼽는다면 치유다. 그래서 ‘데뷔’한 다음 샤먼에게 급선무는 첫 번째 치유 사례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샤먼들은 다른 여러 가지 일도 한다. 저승사자(psychopomp)로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전하게 데려간다. 분쟁을 중재한다. 사냥감이 부족하거나 비가 안 오면 샤먼은 동물과 날씨를 통제하는 영적 존재들에게 청원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샤머니즘적 종교 현상에서 핵심은 몸과 마음의 힐링(healing)이라는 데 대다수 학자가 동의한다.

치유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샤먼은 엑스터시·트랜스 상태에서 ‘영적 여행(spiritual journey)’을 떠난다. 달나라에 가거나, 지구를 돌기도 한다. 샤머니즘은 사람이 아픈 이유가 영혼의 일부가 저승 세계로 납치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샤먼은 유체이탈(幽?離脫, Out-of-Body Experience)을 통해 사자들이 있는 땅속 하계(下界)로 떠나 길 잃은 영혼을 되찾아온다. 샤먼은 위험한 직업이다. 몸과 영혼이 분리된 후 일이 잘못되면 미치는 경우도 있다.

샤먼의 치유 활동은 샤머니즘의 세계관과 우주론(cosmology)을 배경으로 성취된다. 요약하면 이렇다. 세상·우주에는 중심이 있다. 우주적 나무나 산, 혹은 기둥을 중심으로 땅의 세계, 땅 밑 세계, 하늘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한 복장의 인디언 샤머니즘.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지금도 구석기시대의 샤먼적 의례를 올린다. [중앙포토]

화려한 복장의 인디언 샤머니즘.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지금도 구석기시대의 샤먼적 의례를 올린다. [중앙포토]

단군의 건국 과정에 나오는, ‘환웅이 처음 하늘에서 그 밑으로 내려왔다는 신성한 나무’인 신단수(神壇樹) 또한 일종의 ‘우주 나무(cosmic tree)’다. 이 삼계(三界)는 영(靈)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영혼이나 동물의 영혼은 불멸이다. 그런데 영 중에는 착한 영도 있고 나쁜 영도 있다. 하늘과 땅 속의 영들은 땅 위에 사는 인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이 샤먼이 될 수 있을까. ‘부르심’을 받아야 샤먼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일종의 강요인 ‘부르심’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결단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서로 맞선다. 부르심, 즉 소명(召命, call, vocation)을 강조하는 샤머니즘의 전통은 그리스도교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스도교에서 소명은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이다.

소명이건 결단이건, 세습무이건 강신무이건, 샤먼은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샤먼 밑에서 ‘수습’ 기간을 거친다. 샤먼의 ‘인턴 기간’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훈련 기간 중에 예비 샤먼은 공동체를 떠나 있어야 한다. 단식도 해야 하고 성관계를 해서도 안 된다. 훈련생들은 ‘소통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연의 영, 죽은 사람들의 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교육 과정 중 샤먼은 영들이 사용하는 ‘비밀 언어’를 배운다. 요즘 말로 하면 샤먼은 ‘심리치료사’다. 샤먼 후보는 아픈 사람들과 인터뷰할 때 필요한 탐문 기법도 배운다.

소명이건 결단이건, 세습무이건 강신무이건, 샤먼은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샤먼 밑에서 ‘수습’ 기간을 거친다. 샤먼의 ‘인턴 기간’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훈련 기간 중에 예비 샤먼은 공동체를 떠나 있어야 한다. 단식도 해야 하고 성관계를 해서도 안 된다.

지나친 상업성 비판받는 네오샤머니즘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인 금성대군을 추모하는 서울 은평구 금성당(錦城堂). 올해 5월 25일 한국 최초의 샤머니즘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인 금성대군을 추모하는 서울 은평구 금성당(錦城堂). 올해 5월 25일 한국 최초의 샤머니즘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중앙포토]

미래의 샤먼들은 환각이나 의식을 통해 ‘거듭남’을 체험한다. 그들은 ‘죽음’을 경험한다. 자신의 신체가 절단되고, 해골이 되고, 불로 익힌 장면을 본다.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샤머니즘은 씨족·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샤먼은 원래 마을 공동체에서 상당히 존경받는 존재였다. 불교·유교·그리스도교 등 세계종교(world religion)가 왕조국가·민족국가의 이념 기능을 하게 되자 샤머니즘의 추락이 시작됐다. 일부 사람은 샤머니즘 하면 미신·혹세무민(惑世誣民)을 떠올리게 됐다. 중국의 경우에서도 샤먼은 사회의 비주류·주변부에 속한다.

샤머니즘은 네오샤머니즘(neo-shamanism)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미국이라는 ‘글로벌 국가’를 배경으로 부흥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뉴에이지(New Age) 운동과 샤머니즘이 만났다. 뉴에이지는 애초에 엑스터시·트랜스, 유체이탈, 영매 현상. 대체 의학 등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샤머니즘은 뉴에이지 운동가들에게 완벽한 파트너다. 뉴에이지는 모든 것이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인체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서로 연결돼 있다. 인간은 온 우주와도 합일한다. 뉴에이지는 샤머니즘도 관점이 같다고 본다.

네오샤먼들이 샤머니즘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열등함’이 아니라 ‘순수함’이다. ‘서양 무당’들은 그리스도교가 유럽을 장악하기 전의 샤머니즘적 자연종교를 복원하려고 한다. 그들은 바이킹족의 습속,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샤머니즘적 요소가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샤머니즘이 서양의 마법(witchcraft)에 영향을 줬다는 가설도 내세운다.

네오샤머니즘은 샤머니즘의 ‘탈종교화’와 밀접하다. 애초에 샤머니즘은 종교라기보다는 종교 현상이다. 네오샤머니즘의 입장에서 샤머니즘은 인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수단이다. 네오샤머니즘은 학문적으로도 전개된다. 샤머니즘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러시아 학자들은 샤머니즘이 정신질환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연구했다. 오늘날에는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심리학자 카를 융(1875~1961)의 주장과 샤머니즘을 비교·검토하는 작업도 행해지고 있다.

네오샤머니즘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상업성이 지적되는 가운데 네오샤먼을 ‘사기꾼’이나 ‘악마의 하수인’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일부 미국 인디언도 분노한다. 그들은 네오샤머니즘이 아메리카인디언의 종교를 훔쳤다고 본다. 또한 그들은 그들 종교의 정신은 외면하거나 왜곡하고 테크닉만을 떼어내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샤머니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실천이 문제다. ‘좋은’ 성직자가 있고 ‘나쁜’ 성직자는 있지만, 전통이 오랜 종교의 경우에는 그 종교가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속단할 수 없다. ‘나쁜 무당’ 때문에 무교를 폄하할 수 없다.

김환영 중앙일보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외교부 명예 정책자문위원. 단국대 인재 아카데미(초빙교수), 한경대 영어과(겸임교수), 서강대 국제대학원(연구교수)에서 강의했음.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스탠퍼드대 중남미학 석사,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쓴 책으로 <마음고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등이 있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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