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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작 『항아리를 인 여인』이경성<국립현대 미술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항아리를 인 여인』(91×72cm)은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의 50연대 대표작이다.
머리에 항아리를 이고 그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 오른손으로 또 한 개의 항아리를 야무지게 거머쥔 여인이 달 밤에 돌담길을 걸어가고 있다.
욕심이 많아 보이는 여인의 얼굴과 저고리를 벗긴 상반신, 치마의 곡선이 전형적인 한국인상을 드러낸다.
이 한폭의 그림으로 수화가 얼마나 도자기를 좋아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이 무렵 수화의 작품에는 으례 달과 도자기가 등장했다.
수화는 근원 김용준이 살던 성북동의「노간 산방」을 물려받아 이 집에 있던 감나무를 자랑하고, 대추·벽오동·목련·정향·모란·옥잠화·산다·황국 등을 가꾸면서 서화·골동을 애장하고 멋있게 살았다.
우물가에 항아리를 놓아두고 친구들이 찾아오면 술을 마시면서 백자를 완성했다.
취흥이 일면 우물가의 항아리를 보고 마당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달이 뜬다, 달이 뜬다』를 연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화는 항아리를 달과 동일시할만큼 크고 환하고 좋은 것으로 여겼다.
수화는 홍일대 미술 대학장 자리를 내놓고 66년 사웅파울로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가 미국 에 주저않고 말았다.
뉴욕에 닻을 내리고 부인 김향안 여사의 내조를 받으며 마지막 예술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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