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수능 출제 오류 ··· 미봉책으론 되풀이될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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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7일 치러졌던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두 건의 출제 오류가 확인됐다. 수능 시행을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류가 지적됐던 한국사 14번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하고 물리Ⅱ 9번 문항은 정답이 없어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수능의 신뢰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994년도 입시에 처음 도입된 수능에선 그동안 여러 차례의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 수능에서 연거푸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교육부와 평가원은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오류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문항점검위원회를 신설하고 출제와 검토를 이원화했다. 이런 개선 조치는 문제 검토진의 독립성을 강화해 출제 오류를 걸러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 효과가 2016학년도 딱 한 해에 그쳤을 뿐 이번에 다시 오류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수능 출제와 점검 과정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큰 문제는 문항점검위원회의 가동 기간이 출제 기간의 막바지 1주일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출제위원회에서 문제를 내고 검토하는 30여 일에 비하면 한참 짧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점검이 허술해져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문항 점검 기간부터 충분히 늘려야 한다. 빠듯한 일정으로 충실한 점검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다. 출제위원으로 참가하는 교사와 교수 등 전문가의 인력 풀도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위원으로 참가해야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선배가 출제한 문제에 대해 후배가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교육계 일각의 풍토도 문제다. 이런 구태를 막으려면 학맥 등에서 선후배 관계인 사람들이 출제위원이나 점검위원으로 함께 참여하지 못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미봉책 대신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추락한 수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