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누리예산 안정적 편성 땐 법인세 인상안 추후 논의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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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해 “조금 더 밀도 있는 협상을 통해 이번 주나 다음주 초까진 합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만약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헌법이나 법률, 그간에 확립된 관행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법인세와 누리과정 등의 예산안을 상임위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음을 암시한 발언이다.

국민의당도 “양보할 건 양보할 것”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등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의 회동에서 “아직도 세법과 관련된 합의들이 이뤄지지 않아 조금 조바심이 든다”고도 말했다.

현재 여야는 법정시한 내에 예산을 처리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예산안 처리에서 가능한 한 법정 기일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차분하게 들여다보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져줄 것은 져주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과 법인세 인상 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법인세·소득세를 인상하려던 이유가 추가 세입을 통한 누리과정 예산 확보였던 만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편성해준다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에 대해 추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야당은 중앙정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청이 해당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지방교육재정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교육세수 국세분 5조2000억원을 전액 특별회계로 편성했지만 야당은 이를 전액 삭감한 뒤 보통 교부금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야당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조9000억원을 일반회계로 편성하자는 입장이어서 이와 관련된 여야 간 협상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예산안 처리에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로 야권의 ‘강공 드라이브’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야당이 국정 붕괴 상황에서 ‘웬 찬스냐. 갖고 싶은 모든 걸 다 취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 김태년 의원은 “정국 흐름과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표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탄핵 일정과도 연계하고 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안이 2일 처리된다는 전제하에 (탄핵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예산안이 9일 처리로 갈 확률도 있으니 상황을 보고 같은 날 (탄핵안을) 처리할지 별도로 할지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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