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골프여왕 박세리 챔피언 레슨] 클럽 완전히 열고 공 3~5㎝ 뒤 모래 먼저 때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주 페어웨이 벙커샷에 이어 이번 주엔 그린 주변 벙커샷 요령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벙커샷은 요령만 터득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일반 연습장에선 벙커샷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샷을 하는 방법과 요령을 숙지한 뒤 틈나는 대로 갈고닦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16> 그린 주변 벙커샷
스윙 크기 아닌 속도로 거리 조절
체중·공 약간 왼발 쪽 두는 게 좋아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린 주변 벙커에 공이 빠지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풀이 질긴 러프에서 어프로치샷을 하기 보다는 벙커에서 샷을 하는 게 오히려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골퍼들은 종종 핀을 직접 공략하면서 그린 앞쪽의 벙커에 공이 빠져도 무방하다는 생각으로 샷을 하기도 한다. 나는 벙커샷을 할 때 일반적인 샷을 할 때와 똑같이 한다. 예전에는 왼발을 약한 오픈한 스탠스로 서서 아웃사이드→인사이드의 스윙을 했는데, 요즘에는 스퀘어 상태로 서서 샷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방향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은 왼발 쪽에 가깝게 두는 편이다. 이는 모래를 먼저 때리는 벙커샷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벙커샷을 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는 왼발을 견고하게 디디라는 것이다. 모래 특성상 스탠스가 확실하지 않으면 자신있게 샷을 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왼발이 중요하다. 벙커샷을 할 때는 아무래도 체중을 약간 왼발쪽에 싣는 게 좋다.

두 번째는 클럽의 바운스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웨지의 밑면을 보면 대체로 둥글게 각이 져있고, 대부분의 무게가 그 부분에 실려 있다. 정확하게는 클럽 페이스 밑면의 둥글게 형성된 부분의 각도 차이를 바운스 각이라고 한다.

벙커샷은 클럽의 날 부분(리딩에지)이 아니라 바운스 부분이 모래에 먼저 닿으며 모래 밑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바운스를 이용하면 클럽이 모래에 박히지 않고 쉽게 빠져 나오기 때문에 공이 쉽게 뜨고 스핀도 많이 걸 수 있다. 흔히 벙커샷은 공을 맞히기 전 공보다 3~5cm 뒤에 있는 모래를 먼저 때리라고 한다. 이것은 바운스를 이용해 클럽이 모래를 파고 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마지막은 그립이다. 벙커샷을 할 때는 처음에 어떻게 그립을 쥐느냐가 중요하다. 바운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클럽을 완전히 열고 어드레스해야 한다. 그리고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샷을 해야 한다. 대체로 클럽을 열고 셋업하라고 하면 일반적인 샷을 할 때처럼 스퀘어 상태에서 그립을 잡은 후, 셋업을 할 때 손목을 돌려서 클럽을 연다. 이런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이 상태로 샷을 하면 임팩트를 할 때 클럽은 스퀘어 상태로 모래를 파고들기 쉽다. 벙커샷을 할 때는 클럽 페이스를 연 상태에서 그대로 클럽을 잡는다. 이렇게 하면 어드레스 때부터 임팩트까지 클럽이 그대로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바운스를 이용한 샷이 가능하다.

벙커샷 후 왼쪽처럼 모래 위에 둥그렇게 파인 모양이 남아야 한다. 클럽 헤드 밑면의 바운스가 아닌 리딩에지로 공을 때리면 오른쪽처럼 모래 위에 일(-)자로 자국이 남는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벙커샷 후 왼쪽처럼 모래 위에 둥그렇게 파인 모양이 남아야 한다. 클럽 헤드 밑면의 바운스가 아닌 리딩에지로 공을 때리면 오른쪽처럼 모래 위에 일(-)자로 자국이 남는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성공적인 벙커샷인지 아닌지는 샷을 한 이후 디벗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운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모래 위에 일(-)자로 긴 자국이 남는다.

바운스를 제대로 이용해서 벙커샷을 했다면 모래 위에 동그랗게 파인 모양이 남는다. 파인 정도도 생각보다 깊지 않다. 모래 위를 살짝 미끄러져 나오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공의 뒤쪽 모래를 때린다는 것이 다를 뿐 벙커샷 자체는 피치샷을 할 때의 요령과 비슷하다.

다만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은 다르다. 어프로치샷은 스윙의 크기로 거리를 조절하지만, 벙커샷은 스윙의 스피드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