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효과 반감한 밀실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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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내분으로 임시국회 소집도 어렵고 헌특 정상화도 무망한 가운데 민정당은 별 묘방없이 신민당 상황만 주시하는 모습이다.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신민당 내분을 보고 민정당 인사들은 처음엔 모두 내심 쾌재를 불렀으나 차차 시일이 흐르면서 평가가 엇갈리는 듯하다.
신민당의 문제점이 여지없이 노출되고 두김씨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만큼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는 눈이 있는가 하면, 결과적으로 신민당의 대량 홍보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시각도 있는것같다. 무엇보다 신민당이 내분이든 잡음이든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동안 민정당 보도는 별반 나오는게 없다는데 우리의 눈길이 쏠리는 것같다.
이처럼 신민당 사태와 관련한 홍보에 신경을 쓰면서 민정당은 지난번 발표한 농어가부채 경감조치가 하루보도용으로 끝나고만데 대해 새삼 애석해하고 있다.
당 경제통인 모의원은 기자를 붙들고 『언론이 농어가부채 경감조치의 지면배정에 그토록 인색할수 있느냐』 고 볼멘 소리를 했다. 지난 20일 열린 여권홍보대책회의의 주제도 바로 이 점이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농어가 부채 경감조치의 내용과 그 용단으로 보면 민정당이 딴은 그런 울화(?)를 가질만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중대한 획기적인 조치가 왜 하루용으로 끝나고 말았을까.
한마디로 그것은 「밀실정치」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할수 있다. 정부·여당관계자가 호텔과 사무실 등에서 극비작업을 하고 극비리의 당정협의 과정을 거쳐 어느날 갑자기 꽝하고 발표했으니 그 정책의 결정 과정이나 이견조정 과정이 전혀 보도 될 수 가 없었다.
이 조치에 대해서는 당정간·부처간에 많은 이견이 있었다고 들린다. 가령 정부여당이 토론 과정과 이견조정 과정을 공개적·민주적으로 진행시켰던들 그토록 중대한 정책인 만큼 연일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을 것이고, 나중에 지적된 문제점도 사전에 부각돼 걸러짐으로써 훨씬 더 국민적 공감대를 가진 기반위에서 조치의 보다 안정적인 실시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여당은 안달하지 않아도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정부도 떳떳이 정책을 집행할 기반을 얻게되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었겠는가.
이처럼 정책의 민주적 결정 과정이 작위적 홍보보다 더 효과적임을 새삼 느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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