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두 입장, 두 사의

중앙일보

입력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그만두겠다 합니다. 10월 30일 임명된 최 수석은 한 달치 봉급을 다 못 채울 정도로 일찍 그만두는 겁니다. 사의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야당은 정권 핵심부의 동요와 이탈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습니다. 김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했습니다. 그가 말한 상황이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할 자리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피의자로 입건한 것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모시는 입장과 내치는 입장이 겹치는 모순, 이를 해소하는 가장 단순적 방법은 그만두는 것입니다. 최 수석의 사퇴 역시 그런 맥락일지 모릅니다. 일각에선 방어를 제대로 못해 잘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곁에 있는 사람을 자른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청와대의 반응과 향후 인선을 보면 드러날 겁니다.

그 와중에 검찰은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재차 요청했습니다. 그 날까지 조사가 안되면 특검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검찰이 최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꽉 물었습니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결별이자 야권과의 공조 선언입니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제 폐지를 위한 개헌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합니다. 87년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제는 비극의 권력구조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개헌 정국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위상을 확보해보자는 계산이 보입니다. 정면 슛이 여의치 않으니 측면으로 돌아 크로스를 올리겠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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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국방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식이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양국은 국내 법절차를 완료했다고 상호 통보했고, 이로써 협정 효력이 발효됐습니다. 법절차는 마쳤지만 정치적으론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야권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추진했다는 겁니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굴욕적인 협정을 체결했다는 감정론도 있습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일조하는 거 아니냐는 추정적 우려도 나옵니다. 그런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는 게 정부 몫입니다. 다만 안보문제를 다룰 땐 감정보다 리얼리즘을 앞세우는 게 기본입니다. 정부의 불가피론과 야권의 반대론 중 어느 게 리얼리즘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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