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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9단, 일본판 알파고에 2대1로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조치훈 9단(오른쪽)과 딥젠고 1차 대국. 왼쪽은 딥젠고 개발자 가토 히데키. [도쿄=이정헌 특파원]

지난 19일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조치훈 9단(오른쪽)과 딥젠고 1차 대국. 왼쪽은 딥젠고 개발자 가토 히데키. [도쿄=이정헌 특파원]

일본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AI)이 조치훈 9단(60)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일본 바둑계에서 활약 중인 조 9단은 23일 도쿄의 일본기원에서 열린 바둑 소프트웨어 ‘딥젠고’(Deep Zen Go)와의 3번 승부 마지막 대국에서 167수만에 불계승을 거둬 2승1패로 승리했다. 1국은 223수만에 조 9단이, 2국은 179수만에 딥젠고가 불계승한 바 있다. 일본에서 호선으로 AI와 프로 바둑기사가 대국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딥 젠 고는 도쿄대 연구팀 등이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었던 구글의 알파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올 3월 시점에서 알파고에 이길 확률은 3~4%로 추산됐다. 조 9단은 일본 바둑계 사상 가장 많은 74개의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지금도 각종 기전에 출전하고 있다.

이날 대국은 흑번의 조 9단이 실리를 중시하는 평소의 기풍대로 중반까지 세 귀를 차지하고 딥젠고가 중앙에 세력을 쌓았다. 이후 딥젠고가 좌상의 흑 대마 공격에 나섰다가 실패해 중앙 세력이 깨지면서 형세가 흑으로 기울었다. 딥젠고는 집이 적은 상태에서 중앙의 수 싸움에서 밀리자 돌을 던졌다.

조 9단은 대국 후 기자들에게 “초반에 전혀 자신이 없어 생각을 바꾸어 두게 됐다”며 “딥젠고는 강하지만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국 모두 인공지능이나 로봇·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바둑을 두는 것 같았다”며 “매우 즐거웠고 이렇게 강한 바둑 소프트웨어가 나온 데 대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딥젠고 소프트웨어 개발팀 대표인 가토 히데키(加藤英樹)는 “(반상의) 중앙 부분에 과제가 있었다”며 “딥젠고는 초반은 좋은데 수 싸움이 약하다. 이번에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이외의 부분이 약하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방송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일본 기전 6관왕 이야마 유타(井山裕太) 9단은 “딥젠고가 강해서 놀랐다. 1, 2국은 조 9단이 눌리는 측면도 있었지만 3국은 조 9단이 정말로 두고 싶은 데로 두어 확실히 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입회인으로 대국을 지켜봤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은 “딥젠고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나는 이길 자신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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