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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웃 윤리의 재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역도에서 프로 씨름으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이민우 파동」은 스카웃 윤리라는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주고있다.
이 파동은 태릉 훈련원에서 훈련 중인 이민우가 지난 10일 저녁 훈련원을 무단 이탈, 바로 이튿날 삼익가구 프로 씨름단에 전격 입단 함으로써 비롯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역도 연맹은 즉각 제명 징계를 내렸고 그 불똥이 씨름 협회로 튀어 김동수 (김동수) 회장의 사퇴, 삼익가구 씨름단의 계약 포기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대단치 않은 이민우의 프로전향이 이처럼 엄청난 격랑을 몰고 온 것은「시기와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 대결이 예상되는 오는 4월의 제19회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에 이민우가 빠짐으로써 3개의 금메달을 잃어버린 결과가 됐고 태릉 훈련원 이탈이 다른 대표 수들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민우를 죄인으로 몰아 언제까지 돌을 던질 수 만은 없지 않을까.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가 지난 2월 한국체대를 졸업한 후에는 갈곳이 없었고 부모를 여의고 어려운 생활에 쫓기는 그에게는 생계를 위한 취업이 절박한 문제였다. 이 같은 개인적 사정을 고려한다면 올림픽 입상의 희망이 없는 그로써 프로를 택한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역도 연맹도, 대한 체육회도 그런 사정과 그의 뜻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사전 동의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훈련장을 떠난 것이 큰 실수였다. 역도 연맹이 그의 취업 알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그를 살리려고 스카웃 한 삼익가구 씨름단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탓으로 뜻하지 않은 화를 당한 결과가 됐다.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설 땅을 잃어버린 이민우의 앞길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른 후 프로 씨름 선수의 길로 가거나 아니면 역도 연맹의 구제를 받아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까지 선수로 뛸 수도 있으나 일단 프로 행을 선언한 그에게는 자격문제가 남게된다.
결국 「이민우 파동」은 국가 대표 선수들은 어떤 의미에서 공인이라는 사실을 자각케 하는 계기가 됐고 기업의 스카웃에도 경종을 주는 케이스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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