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체포영장 청구해 강제수사해야" 현직 검사, 내부 게시판에 글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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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가 검찰 수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검 강력부 이환우 검사(39·사법연수원 39기)는 23일 오전 9시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이 글에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탄핵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 이상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이어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 중 어디에서 수사 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다"며 "아직 특검 수사가 게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래의 특검을 예상하고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출석 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포절차는 범죄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피의자가 자진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지 않을 때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더라도 강제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다음 소추조건이 완성됐을 때 피의자를 기소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체포하여 조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심은 검찰의 몫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소명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로지 팩트에 집중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검찰이 국민의 명령에 답해야 할 때"라고 요구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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