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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의혹 현기환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출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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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엘시티) 사업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22일 현기환(57·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 금지했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본격 수사를 받는 첫 정·관계 유력 인사다. 18대 국회의원(부산 사하갑)을 지낸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박근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친박’계 인사다.

포스코건설에 엘시티 시공 맡기고
1조7800억 대출 과정 개입 의심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전제로 엘시티 시공을 맡고, 지난해 9월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대주단)의 1조78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약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사장과 부산은행 임원을 소환해 엘시티 사업 참여 경위를 캐물었다.

현 전 수석은 570억원의 횡령 혐의와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시행사 엘시티PFV의 실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이 나 있다. 지난 7월 검찰이 수사에 나선 뒤 일부 언론은 “이 회장과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자주 어울렸다”거나 “이 회장이 수배 중에 현 전 수석에게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전화로 부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 전 수석은 그러나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빚 1800억원을 갚지 않은 이 회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3조원 넘게 분양보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주택보증공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6년 추진한 ‘부산판 수서사건’인 부산 다대·만덕 택지개발사업에 1041억원을 빌려주거나 투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사업약정을 위반해 보증공사는 부지(42만2000㎡)를 매각해 834억원을 회수했다. 이어 소송을 벌여 원금 607억원과 지연이자 등 약 18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 회장을 채무불이행자로 법원에 등록까지 했다. 이 회장이 자신의 회사로는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후 두 차례 시행사업을 하면서 무려 3조300억원의 분양보증을 받았다. 보증공사 측의 특혜 의혹이 일고 보증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회장은 90년대 말 서울 독산동에서 ㈜제이피홀딩스PFV라는 이름으로 L아파트 사업시행을 했다. 아파트 3400여 가구와 오피스텔 960실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회장은 이 사업의 분양보증을 신청했으나 보증공사 측이 경영의 실권자가 이 회장임을 알고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제이피홀딩스의 주식을 양도해 더 이상 실제 경영자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보증공사가 1조1000억원의 분양보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보증공사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법적 하자가 없으면 보증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지난해 10월 부산 엘시티 사업의 아파트에 1조1000억원, 올 6월 레지던스(주거형)호텔에 8300억원의 보증을 받았다. 이때도 비슷한 수법을 썼다. 보증신청인인 시행사 엘시티와 이 회사의 주주인 ㈜청안건설의 경영 실권자가 자신이었으나 보증단계에서 청안건설 주식을 이젠위드(지분 37%)에 모두 팔아치운 것이다. 거액의 빚을 진 이 회장이 시행사에 명의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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