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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때문에 싸웠는가"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술 두병 마시며 속마음 다 털어놨다니요? 그래 우리나라 정치가 술두병에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는 겁니까』
지난17일 저녁 있은 신민당의 이민우총재와 김영삼고문의 회동결과에 대한 독자의 전화였다.
이 독자는 이어 『언제는 노선시비 때문이라고 하면서 의원 70명의 서명까지 받고 당해체론까지 들먹였는데 회동결과를 보면 왜다투었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김회동의 4개항 발표문을 찬찬히 따져 보면 최근 신민당의 내분사태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다고 느껴지기조차 한다.
돌이겨보면 신민당의 최근 사태는 두김씨의 김영삼총재추대 합의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민우총재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김영삼고문과의 회동을 회피했고 이총재의 선민주화론이 다시 고창됐던 것이다.
따라서 사태는 노선시비로 발전되고 지난 9일 아침 김고문의 삼양동 이총재 자택 방문과 지구당개편대회 불참선언, 70명 의원들의 두김씨 지지서명등으로 이어지면서 분신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슐츠」미국무장관의방한 및 여권과 미측의 「이구상」지지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김회동의 결과를 보면 결국 노선시비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싸웠는지, 쟁점이 뭔지 설명이 안되고 그들이 벌이는 정치의 목표가 뭔지 어리둥절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노선시비는 곁모습이고 정작 속에는 개헌정국의 주도권 싸움, 다시말해 당권을 둘러싼 공방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일로 보름 가까이 나라 안이 온통 몸살을 앓았다고 생각하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제1야당이 분당의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이라고 하면 그뿐이지만 「이·김 화해」가 나오자 이번엔 「김·김 부화」가 나올 것 같아 야당의 집안 소란이 언제 끝날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내부분란속에 우리 야당이 커왔다는 얘기도 있지만 너무 저급한, 어이없는 정치 행태는 이제 지양할 때도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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