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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정부가 사회적 의제 주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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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이 불거진 상황에서 1일 제2차 국정토론회가 열렸다. 그래선지 장.차관과 청와대 보좌진이 참석한 토론회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회 서두에 "여러분 기분이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기분이 참 좋다"며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말까지 했다.

盧대통령은 "나도 자주 우울한 일에 부닥치지만 금방 잊는다"면서 "한참 우울하다가도 여러분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토론하면 잊게 되는데 걱정은 그렇게 잊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당초 20분으로 예정됐던 인사말을 10분 만에 마쳤다.

◆"버겁지만 분권은 시대적 과제"=토론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정부의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금실(姜錦實)법무장관은 "(혁신이) 공무원 개개인에게 부합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한데 공무원의 정서를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완기(金完基)소청심사위원장은 "역대 정권의 개혁 작업을 보면 부처 이기주의로 협의를 제대로 못한 게 대부분이었는데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면서 "지자체가 수용할 여건이 돼 있는지, 단기적으로 국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화 사업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분권에 대한 요구는 효율성의 문제뿐 아니라 국가적 갈등의 문제가 되고, 수도권의 발목도 잡고 있다"며 "버겁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니 정부의 방향으로 이미 선택됐다고 생각해 달라"고 못박았다.

이어 盧대통령은 "공무원에게 개혁의 주체로 나서라고 협박도 하고 당부도 했다"며 "저항이 있다면 공직사회의 저항일 텐데 현재의 자리를 잘라내지는 않을 것인 만큼 공직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바쁜 장관, 정책구상 시간 부족"=한명숙(韓明淑)환경부 장관은 지난 4월 1일부터 25일간 자신의 일정을 예를 들어 '장관의 하루 일과'를 발표했다.

외부회의 참석이 43%로 가장 많았고, 보고.결재(17%), 차량이동(14.6%), 현장방문 및 행사 참석(7.7%), 외부인사 면담 및 접견(7.2%) 등의 순이었다.

韓장관은 ▶상향식 보고 및 결재▶장관에게 집중되는 부처의 외부행사 및 면담▶차량이동 등 자투리 시간의 과다▶보고 위주의 간부회의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정을 줄여 정책을 구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장관의 일정은 전략적으로 짜여야 하는데 (장관이) 업무에 정통해야만 '그건 결재 받으러 오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있다"며 "초기부터 보고를 받는 중에라도 관계자를 불러 토론하는 등 뿌리를 뽑으라"고 했다.

◆"정부의 의제설정 기능 강화해야"=盧대통령은 사회적 의제를 정부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정부.시민사회.언론의 의견이 대개 일치하면 좋으나 분산돼 있어 통합하는 기능이 없을 경우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盧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모든 부처의 발표 내용과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반론 등을 기사체로 게재하는 '인터넷 국정신문'을 신설키로 한 정부 방침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토론회에선 '칭찬 릴레이'도 있었다. 고건(高建) 총리는 盧대통령에게 "원래 (옷 매무새가) 좋은데 오늘 차림이 최고"라고 했고, 盧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놓았던 쑥색 양복 상의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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