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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평가단이 간다] 털매머드는 코끼리보다 더 큰 상아로 적과 싸우고 눈도 치웠대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여러분에게 ‘매머드’는 그리 낯선 동물이 아닐 겁니다.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꼭 등장하는 동물 중 하나니까요.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

지금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선 매머드의 실제 뼈, 피부 등을 볼 수 있는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를 다녀온 소중 체험평가단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죠.

상설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털매머드의 머리뼈와 상아를 관찰하고 있는 김도영(왼쪽)·신용재 학생기자.

털매머드의 머리뼈와 상아를 관찰하고 있는 김도영(왼쪽)·신용재 학생기자.

털매머드는 지금으로부터 1만1000여 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작년 11월, 러시아 시베리아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털매머드들이 화석으로 발굴돼 대전 천연기념물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일본 나가노현 고생물학박물관 박희원 관장의 공이 컸죠. 그는 직접 발굴단을 꾸려 1994년부터 약 2년간 시베리아에 매장된 화석들을 찾았는데요. 이번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매머드 표본과 신생대 포유동물 화석 1300여 점은 그때 얻은 것입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털매머드의 머리뼈였습니다. 크기만 봐도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녀석의 것임을 알 수 있었죠. 체험평가단을 안내한 임종덕 천연기념물센터 지질·동물팀장은 머리뼈의 구조와 특징부터 설명했습니다.

“뼈 양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은 털매머드의 눈이 있던 자리입니다. 사람처럼 눈이 앞을 향하고 있죠. 이는 거대한 몸집 덕에 포식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털매머드가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결과예요. 물고기의 눈이 포식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좋게 옆을 향한 걸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머리뼈 가운데에 파인 공간은 코끼리의 코처럼 긴 코가 달렸던 곳이랍니다. 반면 코 옆의 상아는 아래로 뻗은 코끼리 상아와는 달리 위를 향해 뻗어 있고 크기도 더 크죠. 임 팀장은 “이것 역시 진화의 증거”라고 말했는데요. 털매머드와 코끼리는 모두 적과 싸울 때 상아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털매머드는 길에 쌓인 눈을 치울 때도 상아를 써요. 즉, 털매머드의 상아는 눈 치우기에 최적화된 모양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얼핏 닮아보이는 코끼리와 털매머드는 어떤 관계일까요? 임 팀장은 “많은 사람이 털매머드가 코끼리의 조상인 줄 알지만 사실 둘은 사촌 관계”라고 말했어요.

다음으로 체험평가단이 본 것은 털매머드의 이빨이었습니다. 임 팀장은 “이빨 길이를 보면 털매머드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어린 털매머드의 이빨이 손바닥 정도의 길이인 반면 다 큰 털매머드의 이빨은 팔뚝 정도의 길이였습니다. 화석을 살피던 신용재 학생기자는 “이빨 표면에 줄무늬가 있다”고 말했죠. 임 팀장은 “이것은 줄무늬가 아니라 에나멜 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털매머드 이빨의 내부는 단단한 에나멜 판 여러 장이 붙은 구조인데요. 용재군이 본 줄무늬는 이빨 표면이 닳아 두드러져 보이는 에나멜 판의 끝부분이었어요. 털매머드는 윗니의 에나멜 판과 아랫니의 에나멜 판 사이로 풀을 집어넣어 갈아 먹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털매머드는 왜 지구에서 사라졌을까요? 첫 번째 가설은 기후의 변화입니다. 1만4000년 전 지구엔 간빙기(빙기와 빙기 사이 따뜻한 기후가 오래 지속되는 시기)가 찾아왔는데요. 추운 곳에 사는 털매머드들이 따뜻한 날씨에 적응해 살아남긴 어려웠겠죠. 실제로 빙기가 끝나는 시기에 살았던 털매머드의 뼈는 이전 시기에 살았던 녀석들의 뼈보다 크기가 작다고 하네요. 두 번째는 무분별한 사냥입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털매머드는 중요한 식량이었어요. 뼈는 무기·장신구·악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죠. 임 팀장은 “털매머드 아래턱뼈 90여 개를 가지고 집을 만들었던 흔적이 많이 발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얼음 속에서 썩지 않고 발견된 털매머드 피부 표면과 어린아이의 키 정도 크기의 다리뼈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다리뼈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날카로운 것에 벤 듯한 자국을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임 팀장은 이를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 털매머드를 사냥한 증거”라고 설명했죠.

임종덕 팀장이 털매머드의 다리뼈에 난 날카로운 자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종덕 팀장이 털매머드의 다리뼈에 난 날카로운 자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는 작년에 들어온 화석들이 모두 나오진 않았습니다. 임 팀장은 “현재 화석 복원 작업이 10% 정도 진행된 상태”라며 “2년 후 복원이 완료되면 사향소·동굴곰·털코뿔소 등의 화석이 포함된 더 큰 규모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죠. 그때 다시 전시관을 찾으면 먼 옛날의 인류가 된 듯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에 대해 설명하는 신성연 해설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에 대해 설명하는 신성연 해설사.

김도영 학생기자의 취재노트.

김도영 학생기자의 취재노트.

이번에는 상설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선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의 종류와 특징, 분포 지역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죠.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문경 존도리 소나무’란 이름의 커다란 나무였습니다. 원래 이 나무는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있던 노거수(나이가 많고 크게 자란 나무)였는데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5호로 지정됐지만 주위 환경이 건조해져 말라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요? 신성연 문화재안내해설사는 “천연기념물 보호의 중요성을 전시를 통해 알리기 위해 2006년 문화재청이 나무를 복원했다”고 소개했죠.

노거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식물의 60%를 차지하는데요. 신 해설사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만이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이는 사람들이 신성한 존재로 여겨 제사를 지냈던 ‘신목’,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었다고 믿었던 ‘당산목’ 등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어울려 역사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 온 나무만이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단 얘깁니다. 이 때문에 송광사 쌍향수(천연기념물 제88호), 경주 오유리 등나무(천연기념물 제89호) 등 천연기념물이 된 모든 노거수에는 고유한 전설이 있어요. 신 해설사는 “숲 또한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상이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나 토종 식물들이 자생하는 숲 등이 그 대상인데요. 사례로는 방풍림(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인 포항 북송리 북천수(천연기념물 제468호)나 제주 토끼섬 문주란 자생지(천연기념물 제19호) 등이 있죠.

두 학생기자가 다양한 천연기념물을 살펴보고 있다.

두 학생기자가 다양한 천연기념물을 살펴보고 있다.

다음엔 천연기념물 동물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볏부터 깃털, 발톱까지 온통 검은 닭의 모형이었죠. 녀석의 이름은 ‘오계(천연기념물 제265호)’였는데요. 고려 말 학자인 제정 이달충 선생의 『제정집』에 처음 소개된 우리나라 재래종입니다. 이를 본 김도영 학생기자가 “오골계와는 다른 종류의 닭인가요?” 질문했죠. 신 해설사는 “맞아요. 오골계는 깃털 밑에 흰 솜털이 있는 일본의 고유종입니다”라고 답했어요.

옆에는 박제된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신 해설사는 “도시의 공원이나 고궁의 야산에 번식한다”며 “이 때문에 벽이나 차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를 자주 당한다”고 설명했죠. 실제로 얼마 전 광주에서 투명한 물체에 부딪혀 다리를 다친 솔부엉이 한 마리가 구조됐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중 천연기념물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곰(천연기념물 제329호 반달가슴곰)입니다. 신 해설사는 “종 보호가 천연기념물 지정의 가장 큰 목적”이라며 “호랑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된 동물은 지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죠.

이 밖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물고기·화석·암석 등에는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설명돼 있었습니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이처럼 우리 산과 들, 강과 바다 구석구석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잘 몰랐던 우리나라 자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픈 전시입니다.

체험평가단 후기

김도영(대전 서원초 6) 거대한 다리뼈를 보니 눈밭을 걸어 다니는 매머드의 모습이 상상됐어. 매머드가 있던 시절로 갈 수 있다면 나는 아마 매머드 등에 올라타 눈의 나라를 여행했을 거야. 가장 신기했던 점은 매머드의 피부·뼈·이빨 등이 1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도 썩지 않았단 사실이지. 이를 볼 수 있게 해준 박희원 관장님께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

신용재(세종 온빛초 6)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은 요술상자 같은 전시였어. 시베리아 빙하의 조각을 열어보니 1만 년 전 매머드의 몸이 썩지도 않고 그대로 나온 거잖아. 요즘 시베리아에선 도굴꾼들이 매머드의 상아를 가져가거나 훼손하는 일이 많다고 해. 많은 친구가 전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매머드 기증표본 특별기획전

일정 2017년 3월 31일까지(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입장료 무료
문의 042-610-7610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sojoong@joongang.co.kr, 김도영(대전 서원초 6)·신용재(세종 온빛초 6) 학생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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