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풍의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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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자는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켰을까. 공자의 제자 중에도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진항이란 사람이다.
그 진항이 하루는 공자의 아들 백어를 보고 『당신은 아버님으로부터 우리들과 다른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백어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며 이런 얘기를 들러주었다.
그가 소시적에 뜰에서 아버님(공자) 을 뵙자 『시경』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안 배웠다고 대답하자 『그것을 읽지 않으면 인·정·도리에 통하지 않아 바르게 살 수 없다』고 일러주었다.
그 뒤 어느 날 또 뜰에서 아버님을 뵈었더니 『예』를 읽었느냐고 물었다. 안 배웠다고 하자『그러면 자립할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유명한 공자의 「정훈」 -「뜰에서의 가르침」으로 바로 가정교육의 유래가 되었다.
엊그제 서울시교위는 핵가족시대의 가정교육 지킴으로 「가정교육 41개조」를 발표해 흥미를 자아내고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형제의 싸움은 말리지 말라」 「아이들과 경기를 하면 이겨라」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지 말라」 「차속에서는 세워 두라」등 학부모들에게 당부하는 29개조의 가정교육 행동강령은 많은 젊은 핵가족 세대들에겐「뜻밖의 충고」로 여겨질 것이다.
어쩌면「잔소리」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늘날 우리의 가정교육은 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로 비뚤어져 있다. 모처럼 외식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뗘들고 뛰어 다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데서 작품에 손을 대거나 소란을 피워도 그것을 말리고 꾸짖는 부모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탕은 이 같은 방임이 아니라 어린이로 하여금 절제와 인내심을 갖게 함으로써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존재」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육아서로 유명한 미국의「스포크」박사는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도덕적 신념이라고 말한다. 그 신념을 확고히 하고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강요나 훈계만으로 가정교육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의 판단력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게 참다운 가정교육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부모의 훌륭한 점을 자연스레 본 받는 게 이른바 「가풍」이다.
이 지침이 어떻게 보면 『동몽선습』 같은 인상도 없지 않지만 엄격함 속에 사랑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뜻 있는 교육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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