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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지문 길고 난해…수학, 시간 쫓긴 학생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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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년 만에 ‘불수능’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체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문제를 검토한 교사들은 “국어와 수학 나형 만점자가 각각 0.06%, 0.02%에 불과해 ‘불수능’으로 불렸던 2011학년도 이후 제일 까다로웠던 시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어, 빈칸추론 문제 어렵게 출제
EBS교재 연계율 70%라지만
소재만 활용하는 방식 출제 많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최근 5~6년간 수능 중 체감 난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리 문·이과 통합형으로 출제된 국어는 지문 길이가 늘면서 독해가 까다로웠다.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국어는 문제지에 여백이 없을 만큼 지면이 빽빽해 지문 이해에 많은 시간을 뺏겼을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와 만점자 비율(0.1%)이 비슷해 지난해보다 까다롭다”고 말했다.

조만기 교사는 “수학(가형·이과 응시)의 경우 정답률 20%대인 고난도 문항이 지난해 3개에서 4개로 늘어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가 마지막 상대평가인 영어 역시 변별력 높은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시험이 어려우면 정시모집에서 재수생의 강세가 예상된다. 성적은 다음달 7일 수험생들에게 개별 통보된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어려워진 2017학년도 수능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반포고 고사장에서 시험 문제지가 배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에서 치러졌고 60만5988명이 응시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반포고 고사장에서 시험 문제지가 배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에서 치러졌고 60만5988명이 응시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능은 체감 난이도가 높아 수험생 사이에서 ‘끓는 물 수능’이라고 불렸다. 이에 비하면 올해 수능은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로 한동안 사라졌던 ‘불수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험생은 1교시 국어부터 당황했다. 비문학 지문이 걸림돌이었다. 지문 수는 전년도 4개에서 3개로 줄었지만 한 지문의 길이가 문제지 절반(약 1500자)에서 한 면을 가득 채울 만큼(2200~2600자) 길었다. 내용도 보험금, 소화와 미생물, 총체주의 등 생소했다.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보험금 지문은 수리적 사고가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고 과학 지문도 낯선 미생물 이름이 많아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학은 비문학에 비해 평이했지만 지금까지 출제된 적 없던 복합 지문이 등장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문학비평과 고전소설, 현대소설을 한데 묶은 복합 지문은 낯선 구성이라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도 어려웠다는 평을 내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비문학 지문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EBS와 연계성도 떨어져 비문학 파트를 많이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수험생도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화여고 조이호(18)양은 “최근 수능 10년 치를 다 풀어봤는데 분명히 5년 사이 가장 어려웠다. 지문이 길어 당황했고 보험 같은 건 익숙지 않아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학은 이과가 선택하는 가형과 문과가 선택하는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약간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가형은 정답률이 20%대인 고난도 문제가 예년보다 많이 출제돼 상위권 변별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올해 수능부터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지난해와 출제 범위가 달라져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난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가형은 통상 3문제 출제되는 고난도 문제가 4문제로 늘었다”고 말했다.

수학 가형에서는 객관식 20·21번과 주관식 29·30번이 고난도 문제로 분류됐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나형은 생소한 문제는 별로 없지만 개념을 바탕으로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EBS 교재를 기술적으로 풀기만 했다면 고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풀이과정이 긴 문제들이 출제돼 모의평가보다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다. 고난도 문제 외에 나머지 문항도 중하위권에겐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고 홍주성(18)군은 “평소 수학 가형에서 1~2등급을 받았는데 이번엔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까다로운 수준으로 분석됐다. 영어는 2014·2015 수능에서 쉽게 출제되다 지난해 어렵게 나와 수험생을 당황시켰던 과목이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EBS와 연계되지 않은 빈칸 채우기 문제 33·34번이 특히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EBS 연계 문제가 간접 연계(지문의 소재와 주제만을 활용함) 방식으로 많이 출제됐다. 빈칸 추론과 쓰기 문제는 기존 수능보다 더 어려워 체감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일고 김은기(18)군은 “모의평가 2등급 정도 나오는데, 빈칸 추론 문제는 시간이 부족해서 찍어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필수과목으로 채택된 한국사는 예상대로 쉽게 나왔다. 이범석 숭실고 교사는 “상대평가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우 평이했다”며 “다만 모의평가와 비교해선 좀 더 까다로운 문항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모의평가에선 역사적 사건의 이름을 묻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으나 본 수능에선 사건의 내용을 묻는 문제가 많았다. 총 20문항(50점)인 한국사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40점 이상을 받으면 1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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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예상대로 국·수·영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면 2017학년도 수능은 전형적인 불수능으로 평가받는 2011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어려웠던 시험이 된다. 정부는 2012학년도부터 ‘영역별 만점자 1%’를 공언하며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5학년도 수능에서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2016학년도에는 변별력이 높아졌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만점자 1% 정책을 포기하면서 난이도를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 영역이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최상위권이 정시 지원할 때 혼란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남윤서·전민희·백민경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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