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빛의 작가’ 하동철의 예술 열정을 기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하동철 작가가 생명의 근원으로 추구한 ‘빛 02-03’, 캔버스에 아크릴, 120?240㎝, 2002. [사진 학고재]

하동철 작가가 생명의 근원으로 추구한 ‘빛 02-03’, 캔버스에 아크릴, 120?240㎝, 2002. [사진 학고재]

서양화가 하동철(1942~2006)은 ‘빛의 작가’라 불렸다. 그의 작품에서 반짝이는 빛은 무수한 수평과 수직의 선이 예리하게 교차하며 빚어낸 빛줄기다. 실을 튕겨 물감이 터져나가며 조율되는 질서정연한 화면은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화가의 구도의 몸짓과도 같았다. 한국 기하추상의 계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 그의 ‘빛’ 연작은 25년 줄기차게 쏟아져 내렸다. 하동철이 평생 추구한 빛은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창이자 고리였다. 그는 기억의 빛, 마음의 빛, 신념의 빛을 평면 위에 탁본처럼 떠냈다.

10주기 맞아 학고재서 추모전
제자 60여 명 작품도 함께 전시

11일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개막한 ‘하동철 추모전, 헌정-기리고 그리다’는 작가의 10주기 전이다. 성신여대와 서울대학교 미대 교수를 지낸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공성훈·배준성·윤동천·임자혁 등 후학 60여 명이 스승의 대표작과 나란히 작품을 걸었다. 소묘와 유화, 표현기법 등 여러 과목을 가르친 고인은 제자 사랑이 유달랐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문하에서 회화, 판화 뿐 아니라 미디어 예술,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가와 학자들이 배출된 게 한 증거다. 예술학을 전공한 강태성 씨는 “이들 제자들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며 선생님의 예술에 관한 열정과 제자에 대한 사랑, 미술계에서의 큰 활동들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7일까지. 02-739-4937.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