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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장과 동맹의 변화, 한국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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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1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미동맹에 심대한 파장과 기회가 동시에 교차한다. 한국의 국방안보는 동맹에 의존(방위비, 북핵문제, 대북정책,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의 역할 등) 하는 구조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차대조표를 보고 실익을 추구하는 사업가 출신이다. 이런 판단기준이 향후 한미동맹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선거 유세 중 해외주둔 미군의 방위비 부담에 동맹국이 인색할 경우 철수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과 한국은 경제강국이기 때문에 자국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현재 연간 약 2조원 정도 수준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 9441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2018년 방위비 협상시 주둔비용 일체에 대해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사드를 배치하는 미국은 북한 정보감시 활동이나 확장억제 수단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비용으로 환산해 분담금 인상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분담금 인상 요구는 단순한 경제적 접근 뿐 아니라 안보무임승차에 대한 본능적 거부반응일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동맹에게만 의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간에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변화가 예상된다. 합의된 내용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전력과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필수전력 확보 그리고 안보환경 개선의 3대 전환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육군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경북 칠곡군 캠프캐롤 일대에서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RSOI)에 참가해 미 19지원사령부 장병들과 함께 화생방 제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홍보원]

지난 17일 육군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경북 칠곡군 캠프캐롤 일대에서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RSOI)에 참가해 미 19지원사령부 장병들과 함께 화생방 제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홍보원]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와 관련해 지난 7월 19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켰음에도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미군 주둔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북한 위협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며 중국 위협도 고려해 평택으로 재배치했다는 주장도 있다. 집권 이후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표현하며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대화로 해결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적대적·포용의식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만약 적대적 의식으로 김정은을 더욱 압박하면 무력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핵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갖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은 북핵 위협에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에게 북핵 해결의 관건이 달려 있다며 더 큰 역할을 요구한다. 반면 다른 국가들에게 더 큰 책임만을 전가하는 건 아니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통한 국면 전환도 가능하다. 북한 측이 핵무기를 유지하는 핵동결을 제한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할 수 도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또는 규모를 축소할 수 있으며 이때 비핵화·평화협정을 병행하는 협상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공조에 차질이 예상된다.

트럼프 시대가 등장하면서 동맹의 격변이 예고된다. 한국의 국내정치는 요동치고 있고 국민들의 안보불안도 동시에 가중되는 상황이다. 동맹 유지를 위한 비용증가와 의존적이던 관계의 변화 등 국방안보의 일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방위비 증액 및 사드배치 비용 요구에는 과감히 대응하고 미국산 무기 의존에서는 탈피해 한국내의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는 국내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연계하는 협상에 대비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국에게는 자국 방어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 책임지고 국제안보 이슈는 미국 및 우방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은 전력을 증강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전작권 전환 조건을 갖추고 주변국 안보협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우리 안보를 스스로 지켜나가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더욱 주도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주국방의 기틀을 보다 강화해야한다.

정경영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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