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복지재단 명의 빌려 사무장 병원 세운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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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복지재단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세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는 17일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 위반 등 혐의로 병원장 A씨(47)를 구속하고, 부원장 B씨(44)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법인 명의를 빌려준 복지재단 이사장 C씨(76) 등 2개 비영리 법인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4년 1월 27일부터 올해 8월까지 2개 비영리 복지재단의 명의를 빌려 부천에 요양병원을 차린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53억여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의료법상 비영리 법인 병원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후 C씨 등 사단법인 복지재단 이사장들에게 3억원을 주고 법인 명의를 빌린 뒤 부천시에 250개 병상을 갖춘 요양병원을 차렸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해 노인·암 환자·신장투석 환자 등을 진료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장 A씨는 특정 회사의 의약품을 납품 받는 조건으로 의약품 공급업자로부터 4차례에 걸쳐 5000여 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의료법상 병원은 환자를 유인하면 안된다. 하지만 이들은 신장투석 환자의 경우 자기부담금을 받지 않더라도 한 달에 약 400만원의 요양급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이후 신장투석 환자 74명에게 1인당 20만∼40만원씩 총 9000여 만원을 주고 환자를 유치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 등은 사채로 마련한 병원 개원 자금 이자가 불어나 운영이 어렵게 되자 환자에게 의약품 처방만 하고 실제 투약한 것처럼 요양급여를 거짓 청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비영리 복지재단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세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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