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유라 친구 민원까지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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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0·구속)씨가 청와대를 통해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공장 부자재 업체 A사가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A사는 최씨의 딸 정유라(20·해외체류중)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업체다.

최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A사를 ‘기술력이 있는 업체’라고 지목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최씨의 요청을 전달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한 공식행사 자리에서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게 “A사가 납품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씨 모녀의 개인 민원 해결 창구로까지 이용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측 소개로 A사의 제품을 검토한 결과 그때까지 수입하던 공장 부자재를 대체하면 약 20%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납품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의 소개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는 업체란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A사로부터 9억원 가량의 부자재를 납품 받았다.

검찰은 A사가 현대차 외에도 삼성·LG 등 다른 대기업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도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 중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대기업 회장들을 독대하는 과정에서 A사의 납품을 요청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최씨는 측근인 차은택(47·구속) 전 창조경제융합본부이 실소유주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현대·기아차 광고 4건을 수주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올 5~9월 현대·기아차 광고 4건을 수주해 총 11억원을 챙겼다.

현대차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28억원을 출연해 대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은 돈을 냈다. 정몽구(78) 회장은 지난 12일 재단 출연 및 박 대통령 독대와 관련,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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