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계 ‘유리천장’깬 흑인 여성 아이필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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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웬 아이필

그웬 아이필

미국 언론계의 ‘유리천장’을 깬 흑인 여성 언론인 그웬 아이필이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61세. 자궁암으로 투병해오던 아이필은 이날 워싱턴의 한 호스피스 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NYT 거쳐 PBS 등 간판급 앵커로
힐러리 vs 샌더스 경선 토론 진행도

1977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아이필은 30여 년간 백악관과 국회, 그리고 대선 이슈 등을 담당하며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흑인 여성으로 백인 남성 위주인 미 언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보스턴헤럴드에서 워싱턴포스트·NYT를 거쳐 NBC·PBS 방송의 간판급 앵커가 됐고 99년 PBS의 나이트 쇼 ‘워싱턴 위크’ 진행을 맡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2004년과 2008년 대선 땐 양당 부통령 후보의 TV토론 진행을 맡아 공정하고 날카로운 진행으로 정치권 안팎의 찬사를 받았다. 2009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를 취재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올 2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토론 진행을 맡았다.

아이필은 55년 뉴욕 퀸즈에서 흑인 감리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그는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60~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나와 같은 생김새의 사람들을 TV에서 볼 수 없었다. 내가 기자가 됐을 땐 주변의 기대를 뛰어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14일 애도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필은 자기 직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충실했다. 질문은 날카로웠으며 권력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고 애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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