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제」가능성있다-세브란스병원이 분석한 「실험운영」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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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간단한 질병의 진료는 1차기관인 가까운 곳의 의원에서, 1차기관에서 어렵다고 보는 질환은 종합병원등의 2차기관으로 환자를 이송,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이른바 「의료전달체제」 는 언젠가는 실시되어야 할 과제.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농어촌 의료보험을 의료전달체계 형태로 실시하려 하고있다.
85년부터 서울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및 강서구 의사회와 「서부지역 의료협의회」를 결성, 자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시행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4개월간의 운영실태를 분석,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개선점을 제시했다.
이 제도는 관내 개원의원(1차의료기관) 으로부터 환자를 의뢰받아 진료하고 병원에서의 진료가 끝나면 의뢰한 개원의에게 되돌려보내는 것으로 85년9월부터 86년10월까지 의뢰된 환자수는 9백17명 (월평균 65명)이었으며 의뢰된 과는 가정의학과·소아과·내과·정형외과·일반외과 순이었다.
이 기간중 한번이라도 환자를 의뢰한 의원은 전체의 14·8%로 이 제도에 대한 개원의의 참여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환자가 가기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의뢰하면 환자가 되돌아으지 않거나 환자의 신뢰상실을 염려하는 의원의 태도 때문으로 지적됐다.
질병종류별로는 손상및 중독이 가장 많았으며 의사를 지정하여 의뢰한 경우와 해당과만 지정한 경우가 반반씩이었으나 의사를 지정한 경우에도 20%는 지정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세브란스 의료진및 진료일정에 대한정보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편 의뢰환자의 입원율은 25%로 세브란스 외래방문환자의 입원율인 4·5∼5·0에 비해 매우 높았는데 이는 후송의뢰된 환자들의 질병이 그만큼 중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으로 과목별로는 소아과가 가장 많았다.
이용환자들은 세브란스병원에 의뢰되어 진료 받은 결과60% 정도가 만족한 것으로 대답했으며 개원의의 65%, 세브란스병원 의사의 66%가 『성공적이었다』, 또는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보였다』고 대답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조사에서는 1차진료기관이 외뢰환자에 대한 결과를 통보 받지 못하는 경우가 50%, 약간 받는 경우가 30%나 되어 진료결과에 대한통보체계가 제대로 안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의뢰환자는 필요한 진료를 마친후 다시 개원의에게 돌려보내져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이 완치된 경우도 있지만 종합병원에서 끝까지 치료받고 싶어하거나 처음의 개원의에게 가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이며 이들의 대부분은 다음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는 바로 병원으로 가겠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권하겠다고 대답해 이 제도의 확대와 정착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해 의뢰환자전담접수창구의 개설, 진료순위의 우선책정, 입원수속의 편의제공, 의뢰환자 회송제도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조사에 응답한 개원의들은 70% 이상이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바람직한 접근방식으로 생각했으며 현재와 같은 자유방임체계나 정부주도의 강제적 실시에는 반대가 많았는데 일반의 보다는 전문의, 내과계보다는 외과계, 졸업연도가 늦은 의사일수록 민간차원의 자율적 의료전달체계에의 지지도가 높았다.
강제의료전달체계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환자의 병원 선택권을 제한하므로」 가 60%로가장 높았고 이밖에 「똑같은 진찰과 검사의 반복때문에」
「개원의원과 종합병원을 왔다 갔다 하기가 싫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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