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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외교관 "베트남 전 대사가 최순실 조카 돌봐 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트남 주재 고위 외교관 인선에 고 최태민씨 일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이 제기됐다.

현직 외교관이 실명으로 주장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베트남 호치민 총영사관의 김재천 영사다.

김 영사는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주 베트남 대사를 지낸 전대주 전 대사와 박노완 호치민 총영사의 임명을 둘러싸고 석연치 않았던 정황들을 폭로했다.

전 전 대사는 2013년 6월에 주 베트남 대사로 임명돼 올해 4월까지 근무했다. 이전까지 외교관 경력은 전혀 없었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LG비나케미칼 법인장을 지냈고 호치민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과 민주평통 호치민지회장을 지냈다.

민간 기업인 출신을 처음으로 대사로 발탁해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임명된 재외공관장 23명 중 민간인은 전씨가 유일했다.

김재천 영사는 JTBC 기자를 만나 전 전 대사를 임명할 당시 현지 공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부에서) 오히려 저한테 물어봤다. 그 분이 어떤 사람이냐고. 민주평통 이력서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대사로 임명된 인물에 대해 외교부에서조차 이력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호치민 교민사회에선 전 전 대사가 최순실씨의 조카 장승호씨의 현지 정착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씨가 베트남에서 불법으로 유치원을 운영하다 적발되자 전 전 대사가 자신의 고문 변호사를 통해 장씨를 도와줬고, 이후 대사에 임명된 뒤 유치원 인가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장씨의 유치원은 올해 1월 인가를 획득했다.

전 전 대사는 "누가 나를 대사로 추천했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대사가 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현지에 오래 살아 우연히 행사에서 장승호씨와 몇 번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라며 "편의를 봐준 적도 없고 최순실씨 측의 특혜 의혹과도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영사는 박노완(56) 호치민 총영사 임명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했다.

박 총영사는 2015년 4월에 임명돼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김 영사에 따르면 호치민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 고위직들이 은퇴하기 전에 거치는 자리다. 외교부 관례상 특 1, 2급이나 장관과 동기(급)들이 왔다가 퇴직하는 자리라고 김 영사는 설명했다.

박 총영사는 임명 직전 주베트남대사관 공사를 지냈다.

김 영사는 "2014년 12월쯤 OO대사관에서 공사로 있던 분이 (베트남 총영사로) 내정됐다. 그래서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총영사 부임과정 연수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1~2개월을 앞두고 연수를 받고 있던 내정자 대신 박 총영사가 임명됐다는 것이다.

김 영사는 "그분을 밀어내고 올 정도로 센 백은 외교부 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 전 전 대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김 영사는 의심했다.

전 전 대사가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로 가게 되자 호치민에서 장승호씨를 돌봐줄 인물이 필요했을 거란 추측이다.

박 총영사는 전 전 대사가 임명된 뒤 약 1년여 동안 하노이에서 함께 근무했다.

하지만 박 총영사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베트남 전문가여서 자리에 지원했고 전대주 전 대사의 추천은 따로 없었다. 주변 음해세력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최씨 일가와 따로 친분 없고, 장승호씨 역시 공식석상에서 본 게 전부"라고도 했다.

김 영사는 현직 외교관으로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 "만약 외교부가 그렇게 나약하게 대처한다면 저라도 있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그래야 제가 후회없이 공무원 생활을 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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