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의 고민…트럼프 친한 패러지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가 도널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가 당선 뒤 유일하게 만난 영국 정치인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극우 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였기 때문이다.

EU 탈퇴를 앞둔 영국은 이로 인한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개별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차기 정부와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영국의 기성 정치인과는 별다른 인맥이 없는 상태에서 하필이면 정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패러지를 만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미 대선 직후 트럼프와 전화 통화했고, 내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한 뒤 3개월 안에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약 1시간 동안 트럼프를 만난 패러지는 영국 언론에 “트럼프로부터 오랫동안 헤어졌다 만난 친구처럼 환영 받았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BBC에 출연해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대통령)보다 협조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진짜 기회이니 정부는 트럼프와 긴밀히 협력하라”는 충고도 내놓았다. 또 일부 의원들이 영국 정부와 트럼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제안했지만, 총리실에서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퇴짜 놓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메이 총리는 장관들에게 패러지와의 만남을 금지했다. 패러지는 또 “영국 정부 관계자들과 보수당 의원들이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해 온 데 대해 트럼프 측이 몹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스카이뉴스에는 “런던에서 누구든 나를 필요로 한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발언은 메이 총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트럼프와 유일하게 접촉한 패러지를 무시한 것은 실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럴드 호워스 전 국방장관은 "우리는 독특한(unconventional) 시대에 살고 있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에 양국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범죄자도 아닌데, 패러지가 트럼프와 친분이 있다면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의 무역 특사였던 조나선 마랜드도 “패러지는 영국의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