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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비리에 터진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도대체 문교부는 뭘 하고 있습니까』
막혔던 봇물이 터지기라도 한 것 같다. 분노를 쏟아내는 학부모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음악이나 미술공부 시키겠다는 사람이 그걸 모르겠습니까. 무용이나 체육까지도 그래요. 엄마들은 서로 다 알아요』
『거꾸로 돼도 이렇게 될 수가 있습니까. 예고에서 바로 그 전공공부를 한 성적이 1등급이고 15등급이면 누가 합격하고 누가 떨어져야하는 것입니까』『자본주의 사회니까 좋습니다. 그렇더라도 반쯤은 재능에 따라 대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것 아닙니까. 안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문교부가 실태를 몰라서 이제야 실태조사입니까』
끝이 없다. 기자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조직적인 적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맥을 통한 사단이니, 문제사전누출방법, 음색 (음색) 식별테이프, 물감타주기,교수비밀과외,예고의시간강사 비밀 과외 등….
어떤 학부모는 『5천만원을 내라는 소리를 들은 딸아이가 저만 못한 한 반 친구가 합격하고, 저는 낙방하자 엄마를 원망하는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다』고 했고, 내년에 대학시험을 치른다는 한 여학생은 『돈을 내야한다는 소리가 친구들간에 공공연히 나오는데, 내년에도 그렇겠느냐』고 풀 죽어 말한다. 『공무원인 아빠가 피아노 하지 말라고 때리면서까지 말렸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전·후기에 모두 낙방하고 병이 났습니다. 진로를 지금이라도 바꿔야 하겠습니까』상담조의 전화도 있다.
문교부는 뭘 하는가. 눈· 귀 틀어막고 『그럴리 없다』고 머리젓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나.
물론 공동관리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공정성유지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문교부 심정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곪고 곪은 종기가 터지기 전에 이제는 근원적 처방을 생각해야할 때다.
예술의 장래를 떠나서라도 교육의 건전한 풍토조성을 위해선 감춰진 비리를 들춰내 시정해야할 문교부가 아닌가. 기껏 몇몇 고교에 대고 불만을 갖고 신문사에 전화할만한 학부모명단제출이나 요구하고 있어서야 어쩌라는 건가.
『문교부직원은 자녀교육 시켜 본일도 없느냐』며 분개하는 학부모들의 이유있는 항의에 귀기울여야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종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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