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굿모닝시티 수사 강경… '1천만원'도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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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창열 게이트' 수사를 추상같이 할 것임을 31일 예고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 탁병오(지난달 30일 사표 수리)씨에 대해 군말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혐의는 1천만원을 尹씨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卓씨가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돈 받은 시점을 조작하려 했고, 그의 영향력에 따라 굿모닝시티가 상가 분양을 시작하는 등 이번 사태가 일어난 계기를 만들었으므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차관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수뢰액이 3천만원을 넘어야 영장을 청구해온 검찰의 관행과 비교하면 강도가 세다.

지난달 전국 지검.지청 특수부장회의에서 ▶'떡값'을 인정하지 않고▶수뢰액이 1천만원이 넘으면 구속수사하겠다고 공언한 원칙을 卓씨에게 처음 적용한 셈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뢰액이 1천만원을 넘으면 일반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 사람을 풀어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오는 4일께 출두의사를 밝힌 정대철 민주당 대표 등 향후 수사대상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어찌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은 꺼림칙한 일을 겪었다.

수사검사들과 청와대의 소위 '386비서관'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다는 '음모론'같은 것이다. 음모론이란 마치 386비서관 그룹의 정치적 의도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짜인 스토리다.

거기에 4억2천만원 수수 혐의가 드러난 정대철 대표의 소환을 놓고 한 발짝의 진도도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윤창열씨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라든가, 검찰이 몇몇 정치인들의 혐의를 확보하고도 감추고 있다는 투의 시비 제기도 있었다. 정치인.검찰.경찰 등 50명의 명단이 적힌 이른바 '윤창열 리스트'가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卓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고,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런 것들에 쐐기를 박고 강한 수사의지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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