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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지도는 뒷전 무보수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이 채마무리되기도 전에 대전시대화동39의1 부랑인수용시설성지원 (원장 노동성·53) 원생 38명이 강제노역등에 항의해 집단 탈출, 복지시설의 그늘진 면이 또 드러났다.
성지원은 지난1일 원생폭행치사사건·가혹행위 등으로 경찰수사를 받은 충남연기군 양지원 (원장 박종구· 30) 과 함께 충남지역 최대 사회복지법인 천성원 (이사장 윤진순· 여· 44·대전시대화동39의1) 산하 부랑인 수용시설.
대전시 「성인복지원」 으로 운영돼오다 83년12월 천성원이 인수하면서 성지원으로 이름이 바꿔었다.
천성원은 성지원·양지원외에도 대전지역에 심신장애자재활시설(정화원·대전종합복지원)· 정신질환자요양시설(송현원)·정박아특수학교 (대전원명학교)·수익사업시설(대전복지병원) 등을 거느린 사회복지법인.
그러나 천성원측의 산하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은 극히 적어 성지원의 86년 운영비 3억8백15만2천원중 천성원지원은 고작 1천7백30만원. 나머지 운영비는 국비 (80%)·충남도비· 대전시비(각10%)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신민당조사단이 현지에 내려간것을 계기로 이 수용소의 실태를 추적한다.

<강제수용>
탈출주동자 정종덕씨(29·부산시련산8동459의36) 는 84년 리비아에서 기능공으로 일한뒤 귀국,어머니(53)와 함께 신탄율에서 식당을 운영하던중 86년6월21일 대전시내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수용됐다.
또 직업보도관 서무로 일하다 탈출한 전영재씨 (36·경북 성주군월항면안포리286) 도 86년1월20일 구정을맞아 고향에 가기위해 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낯선 4O대남자 2명에게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끌려가 수용됐다.
원생들에 따르면 성지원 원생가운데 『집으로 보내줄것』을 요구하거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차별 구타당하거나 같은 계열의 양지원「근신소대」에 보내져 1주일∼1년동안 유격훈련의 하나인 「PT체조」 등의 혹독한 교육을 받게된다는것.
탈출원생 김국충씨 (36·부산시당리동산2) 는 86년1월부터 5개월동안 「근신소대」에서 마구 매를 맞고 혹독한 훈련을 받아 지금도 허리에 통증이 남아있다고 호소했다.
양지원 「근신소대」는 바로지난1일 원생폭행치사사건이 일어난 악명높은 곳.

<강제노역>
성지원 직업보도관은 원생들의 재활을 위해 기술지도를 하는 곳이 아니라 원생들의 노동력 착취현장.
정씨등에 따르면 성지원 원생 5백93명 (수용정원 2백31명) 가운데 일을 할수 있는 건강한 원생 2백여명은 매일상오5시부터 17∼18시간동안 직업보도관에서 봉제·핸드백·야구글러브등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임금을 받은 일도, 통장을 만들어 가진 일도 없었다는 것.
이들은『하루 세끼 식사시간 20여분씩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고 폭로했다.

<운영비리>
성지원 원생들은 1인당 매일 백미 4백56g, 보리쌀 1백14g, 부식비 4백원, 취사연료비 38원과 피복비 3만9천6백원 (연간)을 정부·충남도·대전시등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원생들의 매끼식사는 김치와 된장을 푼 소금국·장아찌등이 고작. 원생들은 또 내의등 피복이 낡아 입을수 없을 정도가 되어도 성지원측이 피복을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본관2층에 수용된 환자·정신박약자들은「선전물」에 지나지 않아 연말·명절때 찾아온 위문단이 직업보도관을 구경하려고 하면 성지원 간부들은 『그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성격이 난폭해 말을 시키면 안된다』는등의 말로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본관2층만을 구경시키기도 했다.

<수사·처리>
경찰은 달아났다가 붙잡힌 26명의 원생들을 대전서·대전 서부서등에 분산 수용, 이들의 탈출동기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성지원에 대한 감독권이 대전시동구청인점을 들어 구청의 고발이 없는한 성지원측의 국비지원금착복·인권유린여부등은 수사할수 없다는 입장.
한편 대전시는 9일 경찰등 관련기관과 합동으로 성지원 원생 5백93명에 대한 개별면담을 실시, 이들의 입소과정·강제노역등과 성지원측의 국고지원금 유용여부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대전시는 연고자가 있는 원생가운데 본인이 희망할 경우 귀가조치시키기로 했다.

<대전=이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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