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어려운 장면일수록 최강의 반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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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9보(93~101)=우상귀 쪽 94는 변화의 모색. 당장, 백△를 움직여 흑 진영의 외곽만 허물어서는 별 재미가 없다는 판단으로부터 나온 응수타진의 전술이다. 비스듬히 몸을 비튼 자세로 전장(戰場)을 노려보던 이세돌의 두 눈썹 사이에 깊은 골이 팬다. 침투 경로가 어지러워지면 대응도 그만큼 복잡해진다.

어쨌든 95. 이곳을 두지 않고는 싸울 수 없다는 생각인데 이렇게 되면 ‘참고도’ 백1로 붙이는 수가 성립한다. 흑2의 반발은 무리. 가만히 백3으로 잇기만 해도 다음 흑의 응수가 곤란하다. 그런데 랴오싱원은 ‘참고도’의 진행을 바로 결행하지 않고 조금 뜸을 들였다가 우변 96으로 뛰어든다. 목적은 94와 같다. 국면을 최대한 어지럽게 만드는 것.

97은 이세돌다운 최강의 반발이다. 국가대표 검토에선 “흑A 정도로 지켜 무난하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최대한 넓게 지켰다. “어려운 장면일수록 최강의 반발로 맞서는 게 이세돌 9단의 특징이긴 하지만 97은 넓은 만큼 허술하기도 합니다. 이런 울타리는, 실리로는 확실히 득이지만 너무 엷어서 무너질 위험도 크죠.” 두터움을 좋아하는 박영훈 9단의 말. 98로 미끄러질 때 기다렸다는 듯 99를 활용하고 101로 틀어막았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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