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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에 동시폭발장세|금리인하 기대가 투자 부추겨|산업여건 변화 없어 「머너·게임」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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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주요 증권시장에서 유례없이 주식 값이 치솟고 거래가 활발하다. 이른바 증시활황 「동조화」현상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 각국의 증시가 연초부터 폭발국면으로 치닫고있어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과 동경증시의 주가지수는 올 들어 계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욀8일 처음으로 2천대를 돌파, 신기원을 수립한 뉴욕증시의 다우공업평균지수는 올들어 16회에 걸쳐 최고치를 경신, 지난 2일 현재 2천1백79.70으로 개장 꼭 한달 만에 거의 15%라는 유례 드문 상승률을 기록했다.
13일간의 연속상승에 하루 2억주 이상의 폭주물량, 한나절사이 1백15포인트 폭등 등 활황세를 과시하는 신기록들이 큰 관심을 끌고있다.
동경증시의 일경평균주가도 잇단 신기록에 지난 30일 마침내 사상 처음으로 2만대를 넘어서 연초부터 불붙은 급상승무드를 입증했으며, 런던증시의 FT(파이낸셜 타임즈)지수 역시 지난해 최고수준을 능가하는 1천4백63.9(2일)를 기록, 활발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주요 각국 증시들의 이 같은 활황세는 현재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선진각국의 동반적인 금리인하 기대에 힘입은 것이지만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가운데 불붙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흐름의 새로운 변화로 전문가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일부 학자들간에는 1929년 대공황직전의 증시투기와 견주며 경고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 및 재정적자와 산업의 공동화 현상, 그리고 일본은 엔고로 기업들이 모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식 값만 오르고 있는 이상현상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증권의 괴리 내지 금융의 증권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사실 올 증시여건을 살펴볼 때 주가를 부추길만한 새로운 호재는 별로 없다고 볼수 있다.
달러화의 대폭 하락에도 불구, 미국의 올 GNP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0%내외의 낮은 증가에 그칠 전망이고, 일본 역시 엔고심화에 따른 기업수익악화에 대미무역마찰·유가인상조짐 등이 불안요소로 작용, 경기하강국면을 맞고있는 형편이다. 거기에 기폭제가 되어온 선진각국의 금리인하 역시 작년만큼 대폭적이진 못할 것이고 외환시세의 불안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돼 있는 터다.
이처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제반 경제여건들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유독 주식시장만이 불을 뿜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점에서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과잉유동성과 저금리 등 지난해 세계증시에 활황을 부추긴 기본 여건들이 현재도 별 변화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금융자산선호·증권화추세라는 근래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증시는 기대이하의 저조한 경제성장세에도 불구, 저유가에 저인플레, 주요국들의 잇단 금리인하라는 또 다른 「3저」의 훈풍을 타고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39%(달러화기준)라는 유례 드문 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이 같은 골격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독이 지난달 23일 재할인율 인하를 단행한 것을 시발로 임박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약세 속에서도 미국의 채권시세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리하락에 따른 하반기께의 경기회복을 기대, 각국마다 광범위한 종목에 걸쳐 매수세가 일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한 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이 되고 있는 건 자금의 흐름이다. 한마디로 개도국의 외채위기에 세계적인 저성장으로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선진국일부에 편중, 적체돼 있는 국제유동성이 주식시장에 몰려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시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이 가속화, 주가를 부추기는 큰 요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일본 역시 지난해만도 8백억 달러가 남는 엄청난 무역흑자를 배경으로 국내의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 매수자금의 「과다」를 빚고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신경제연구소의 나영민 이사는 주요각국 증시의 최근 과열을 「금융투기적 장세」로 진단하면서 『급증하는 금융자산을 배경으로 자본시장에서 이식을 꾀하는 기관투자가들의 활약이 각국 증시의 주요변수가 되고있다』고 전제, 최근 각국증시가 경제여건과 무관하게 달아오르고 있는데는 그들의 비중확대나 그러한 추세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자경제연구소의 강선대 이사는 특히 대량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리게 된 배경에 주목, 『선진국의 제조업공동화 등 심화되는 제조업과 금융산업간의 성장·수익격차가 종래 실물 중심이던 자금의 흐름을 금융자산선호 쪽으로 틀어놓았다』며 첨단정보 산업 등을 배경한 최근의 증권화 추세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인다.
여하튼 실물경제와는 이원화된 듯 연초부터 불을 뿜으며 금융투기적 장세로 치닫고 있는 세계증시의 활황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불안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편 최운열 서강대교수는 투자측면에서 저물가·저금리시대에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건 국내외 할 것 없이 당연한바 있다며 세계경제여건변화를 그 자체로 새롭게 직시할 수 있는 시각조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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