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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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또 14인치 데스크형(로터리식) 28만7천원까리가 20만∼21만원에 팔린다.
이곳 상인들의 말로는 『매일 물동량이 변하므로 하루만 지나도값이 2만∼3만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점포마다 매일매일 시세표를 작성, 가격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같은 모델제품도 점포에 따라서 1만∼2만원의 차이가 나는것이 보통이다. 이곳에서 사는 제품은 불량품이라도 반품이 불가능하고 아프터서비스를 받을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제품이 나올때부터 일반상가 상품과 다른 것은 아니라는 상인들의 얘기다.
세운상가 덤핑물품의 대부분은 대형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대형대리점 (연간매출 15억원이상)들이 세금계산서도 교부하지않고 출고가의 90%수준으로 덤핑시장에 물건을 팔아넘기는 것은 현금을 갖기 위해서다.
대리점장사는 얼마나 현금을 잘굴리느냐가 좌우하므로 재고로 잠겨있는 돈을 회수하기 위해 덤핑으로 처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러져 있다.
이밖에 자금압박으로 부도가 난 경우, 또 일부 대리점업주는 현금을 빼돌려 부동산이나 증권투기에 이용하기 위해 덤핑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국세청이 대형대리점 10곳을 대상으로 유통과정 추적조사를 벌였을때 42억원을 빼돌려 부동산투기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대리점측의 얘기로는 기본적인 문제는 생산공급업체에 있다고 말한다.
가전3사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판매·담보능력 이상으로 대리점에 물품을 떠넘길뿐아니라 일단 인수한 물품은 반품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덤핑을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 덤핑을 하더라도 대리점은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한다. 대리점이 물품을 공급받으면 보통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하는데다 현금으로 대금을 납부하면 각 가전사에서 지급액의 6∼10%를 판매장려금조로 지급, 외상대금과 상계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산업체, 대리점, 덤핑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덤핑의 구조를 시정하기위해 가전3사는 올해부터 시장공동감시단을 구성, 덤핑동향을 체크해 자체적으로 벌과금을 물리고 있으며 출고할 때 포장박스에 대리점 명칭을 찍어 덤핑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덤핑시장이 값싼 제품을 구입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본 동경의 아키하바라 (추섭원)처럼 재고품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합법적인 전문덤핑시장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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