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입 낙방생 포근히 감싸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입학력고사의 성적이 나쁘다거나 대입에서 실패하였다하여 좌절하고 실의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있다. 개중에는 좌절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해 가출이나 자살등 엉뚱한 행동을 보이는 나약한 청소년들도 있다. 이같은 좌절심리의 형태와 메커니즘,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정신과전문의로부터 들어본다.
중앙대의대 이길홍교수(부속병원 정신과장)는 『욕구좌절은 바라는 기대수준과 현실적인 가치(현실수준) 사이의 갭, 즉 원망격차가 있을 때 생긴다』고 말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세가지 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투쟁형(또는 공격형)으로 비록 지금은 실패했지만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초기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하는 형.
두번째는 도피체념형으로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채 될대로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하는 형이며 세번째는 이것도 저것도아닌채 우왕좌왕하는 방황형으로 예로서 아무 대학에나 적을두면서 다시 시험준비를 하는 타입으로 이것이 여의치 못하면 도중에 휴학해버리거나 포기해버리게 된다.
한림의대 석재호교수(강동성심병원 신경정신과장)는 『욕구좌절에 대한 반응은 좌절요인과 개인 인격의 성숙도와의 상관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똑같이 입시에 실패했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거나 6개월이내에 서서히 회복되는게 대부분이지만 정서적으로 미숙한 유아적성격(또는 구둔적성격)의 소유자에서는 「낙방」과 같은 외적요인에 이겨내는힘이 약하기 때문에 사소한 좌절에도 파괴적·폭발적·공격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살, 도전적·난폭적행동, 우울증 또는 비행을 저지르거나 알콜·약물의 의존등으로 연결된다는 것인데 정서적으로 성숙된 사람일수록 보다 큰 욕구를 위해 지금의 욕구좌절을 이겨내거나 그것을 서서히 희석시킬줄 알며 회복도 빠르다. 그러나 유아적 성격에서는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마는데 이런 좌절반응은 부모나 주변의 기대가 클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이교수는 『좌절에서 오는 갈등을 억압할때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위장장애등의 정신신체증상이 나타나는 수가 많으며 투쟁형의 경우 무리한 도전으로 다시 실패할 때는 더 큰 인격손상으로 막다른 행동을 시도할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석교수는 『정서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태도등 몸을 담고있는 가정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들 의존적인 자녀에게는 정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포근하게 감싸고 격려해주는 마음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와 함께 좌절감에 빠지는 것은 자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는 얘기다.
이교수는 이와함께 기대수준을 한두단계 과감히 낮출 것을 권한다. 주제를 알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목표에서 성취감을 느낄수 있게하면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되고 『대학입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라고 스스로 알게 된다는것이다.
두 교수는 인생의 실질적인 목표는 사회에 진출한 뒤에 이뤄지는 것이며 또한 입시에서의 실패는 사회에 나가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면서 『대입실패는 결코 좌절도 병도 아니다』라고 결론짓는다. <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