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6일된 딸 굶겨 죽인 20대 부부에 살인죄 적용

중앙일보

입력

생후 66일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에게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했다. 딸에게 분유를 제대로 주지 않는 등 학대하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정황이 포착되서다.

인천지검 형사3부(최창호 부장검사)는 8일 살인 혐의로 A씨(25)와 아내 B씨(21)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9일 오전 11시40분쯤 인천시 남구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서 생후 66일 된 딸 C양이 영양실조와 감기를 앓는 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8월 딸을 출산했으나 육아부담 등을 이유로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자"고 요구하는 등 C양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초 딸이 울자 바닥에 던져 머리뼈가 골절되게 하는 등 상해를 입혔다. 하지만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후 B씨는 머리를 다쳐 제대로 먹지 못하는 딸에게 분유를 주지 않는 등 양육을 사실상 포기했다. A씨도 퇴근 후 불규칙적으로 딸에게 소량의 분유만 줬다.

이들은 지난달 초 감기에 걸린 딸이 분유를 전혀 먹지 않는 데도 그대로 방치했다. C양은 태어날 당시 3.06㎏의 정상 체중이었지만 숨질 당시는 또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98㎏였다.

A씨는 "그대로 두면 딸이 죽을 것 같긴 했지만 그것이 남은 가족을 위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수로 딸을 떨어뜨렸다는 진술도 거짓이었다.

앞서 A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9월 실수로 딸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이후 아이가 분유를 잘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진술했었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구속하고 B씨는 남은 아들(2)의 양육 문제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B씨는 "9월 초 아이가 계속 울길래 화가 나 양손으로 들어 일부러 바닥에 던졌다"고 진술했다.

B씨의 휴대전화에선 "식혜도 사. 그게 모유 안나오게 하는 거래", "C를 한 달만 보육원에 맡기지. 육아하기 싫어' 등의 남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부부가 C양이 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만큼 살인죄를 적용했다"며 "경찰에선 B씨를 입건했지만 남은 아들이 보육원에 입소한 데다 B씨의 심리상태가 좋지 않아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고 밝혔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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