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친구가 호텔비 내줬다고 물러난 독일 대통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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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친구가 호텔비 내줬다고 물러난 독일 대통령
“독일은 폭넓은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대통령  2012년 2월 독일 대통령이 사임했습니다.
대통령이 사임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보기엔 ‘사소해’ 보입니다.
발단은 2008년 옥토버페스트에  놀러온 그에게 친구가 90만원짜리 방을  마련해줬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후 승용차 딜러로부터  5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를  아들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
아내의 자동차를 리스할 때는 0.5%를 할인받았다는 의혹,
집을 살 때 기준 금리보다 1% 낮게  재벌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는 의혹이 불거집니다.
90만원, 5만원, 0.5%, 1%… 우리나라 비리 정치인의 스케일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보잘것없는 수치처럼 보입니다.
“나는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는 나라에 살기 싫다”  우리가 보기엔 ‘망언’ 축에도  못끼는 말이지만, 독일 국민은  대통령의 말에 어이를 상실하고 맙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이가 정직하지 못하면 독일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게 부끄럽다”   국민의 85%가 사임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이 대통령을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불프는 대통령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년 뒤 그는 향응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사소한’ 특혜로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독일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가혹함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공직자에게 엄격하지 않은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닐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박범준 인턴 park.beomjune@joongang.co.kr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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