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할말 다했을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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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대생 박종철군의 사체를 처음으로 검안, 박군의 사망이 고문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던 중앙대부속 용산병원 내과전문의 오연상씨(32)가 10일만에 정상출근, 27일근무를 시작했다.
오씨는 병원과 집으로 시민들로부터 격려전화도 많았으나 입을 다물라는 협박전화도 받아 그동안 괴로운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자신의 증언이 의사로서 말할수 있었던 것과 말해야 했던것을 숨김없이 말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그동안에는 심경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 많아 휴가를 받아 아버지집과 처가등에서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서울대의대를 졸업, 지난해3월부터 이병원 내과전문의로 근무해 왔으며 당뇨병치료가 전문. 1백80㎝의 키에 80㎏의 거구로 부인(27)과 2남이 있다.
- 처음 조사실에 도착해 박군을 보았을때 상황은.
▲박군이 이미 숨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심폐(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처치에 열중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또 박군의 머리쪽에서 출입문쪽을보며 응급처치를 했기때문에 방의 구조나 상황등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 검안소견을 밝힌후 격려나 협박전화를 받은 적은 없는지.
▲「잠적」전 병원과 집으로 시민들로부터 『의사의 소견을 숨김없이 밝힌것은 훌륭한 일』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왜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두고 보자』 『조사실 바닥의 물기를 정말로 봤느냐』는등 협박조의 전화도 받았다.
- 박군을 처음 보았을때 고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나.
▲젊은 친구가 숨져있어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으나 당시의 관심사는 박군의 사인이 아니라 박군을 살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경찰과 검찰의 조사는 몇번이나 받았는가.
▲지난17일 낮 검찰의 조사를 법원근처에서 3시간동안 받은뒤 치안본부 신길동수사대에 불려가 5시간 조사를 받았다.
- 조사내용과 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일을 그대로 진술했을 뿐이다.
-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나.
▲18일 집을 나와 처음 이틀동안은 정릉동 아버지집과 처가에서 지낸뒤 그곳으로도 전화가 많이 걸려와 우이동G호텔에 가 있었다.
- 왜 피신했었나.
▲마음이 편치못하고 복잡해 정상적으로 진료등의 일을 할수 없었다. 병원측의 배려로 휴가형식을 취해 피해있었다.
- 피신 기간중 무엇을 하며 지냈나.
▲전공 서적등을 읽으며 머리를 식혔다. 호텔에서 신문을 통해 그동안의 사건의 추이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 수사기관등에 의해 신변보호를 받고있지 않느냐 하는 의혹도 있었는데 그동안 수사기관등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일은 없는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조사과정에서도 검찰과 경찰이 매우 정중하게 대해주었다.
- 현재의 심경은.
▲의사로서 당연히 말해야했던 것을 솔직이 보도진들에게 털어놓았던 것 뿐인데 사회의 주목을 너무 크게 받아 얼떨떨한 기분이다. 이번사건으로 너나 할것없이 국민모두가 상처를 입었다는느낌이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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