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질수록 수익 나는 펀드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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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극대화되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식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사행성 조장 등 이유로 규제를 받다 지난 9월 첫 출시됐는데 출시 한 달 반만에 거래량과 수익률이 모두 선두권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코스피 ETF시장 수익률 상위 2~6위를 인버스 레버리지 ETF 상품이 휩쓸었다. 삼성·미래에셋·KB·키움·한화 등 5개 자산운용사가 지난 9월 22일 시장에 첫 상품을 내놨는데 최근 최순실 사태 등으로 코스피 2000선이 깨지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4.4~4.5% 수익률
운용사 5개 상품 자산규모 4679억
자산지수 하락폭 2배의 수익 올려
“변동성 커 단기 투자에 초점 둬야”

KB운용 ‘KBSTAR 200선물인버스2X’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4.57%, 미래에셋운용 ‘TIGER 200선물인버스2X’가 4.51%다. 전체 코스피 ETF 중 2,3위 성적이다. 키움운용의 ‘KOSEF 200선물인버스2X’ 등 나머지 3개 상품도 4.4%대로 뒤지지 않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ETF 91개 상품 평균 수익률이 -2.19%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거래량과 자산규모로 따지면 삼성운용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성적이 좋다. 지난 한 달간 각각 1215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미래에셋 ‘TIGER 200선물인버스2X’의 거래량(996억원)과 합해 같은 기간 코스피 ETF시장 전체 거래량(7399억원)의 30%를 차지했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가 ‘ETF시장 활성화’라는 정부의 허가 목적을 확실히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2763억원이, ‘TIGER 200선물인버스2X’에 1240억원이 몰렸다. 5개 상품 전체 자산규모는 4679억원이다.

인버스(Inverse) 상품엔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오른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정반대로 따르기 때문에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에서 수익이 난다. 레버리지(leverage)는 변동성을 증폭시켜 반영한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통상 등락폭의 2배만큼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두 가지 특성을 더한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마이너스 2배를 내는 상품이다. 기초자산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하락폭의 2배가 오른다. 화끈한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투자시장이 과열되거나 큰 손실을 보는 개인들이 나올 것을 우려해 인버스와 레버리지 구조를 결합한 ETF는 출시를 못하게 했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가 끊이지 않자 결국 투자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지난해 10월 규제를 풀었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의 인기 이면에는 박스권 내 등락을 반복하는 국내 증시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다. 박스권 상단인 2000선이 넘으면 팔고, 1900선이 오면 사는 고전적 투자 흐름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통해 ‘하락장 내 수익률’을 추구한다. 그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이용해 하락장에서 수익을 실현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공매도가 불가능한 개인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높은 수익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하락장에 적극적으로 베팅할 수단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버스 레버리지 ETF가 공매도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레버리지 2배 상품의 순매수 주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라며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때도 높은 지수대에 대한 부담이 분명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의 터널을 걸을 전망이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미 대선과 금리 조정 등 글로벌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인버스 레버리지 ETF 투자에 뛰어들었다간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미 주가가 많이 떨어진데다 변동성이 큰 상품 구조상 주가가 오르면 손실도 2배로 떠안기 때문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면서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해외를 포함한 다양한 ETF 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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