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조카 장시호, 이권 개입 의혹 출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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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3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김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서다. 두 재단에 낸 774억원의 출연금 건과 함께 최씨 측에 거액의 돈을 줬거나 줬다가 돌려받은 대기업들(롯데·SK·삼성)에 대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무를 상대로 기금 모금 참여의 강제성 여부 등을 조사했다. 또 최씨와 딸 정유라(20)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에 승마 선수 전지훈련비 명목 등으로 280만 달러(약 35억원)를 지원한 배경도 추궁했다.

최씨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서
“사회적 물의 일으켜 죄송” 흐느껴
검찰,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소환

최씨 측근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를 출국 금지했다. 승마선수 출신인 장씨는 최씨를 배경으로 겨울스포츠 분야의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곧 장씨를 불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한 정부자금 유용 여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통해 사업 특혜를 받은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씨와 함께 국정 농단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차은택(47·CF감독)씨가 중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 변호인과 연락을 했는데 곧 귀국한다고 했다. 주말에 갑자기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씨는 ▶두 재단 사업 개입 ▶광고 일감 수주 과정 ▶정부 사업 및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의 봐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혐의를 적용한 검찰은 현 시점에서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거듭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죄가 성립되면 검찰이야말로 ‘생큐 베리 머치’다. 하지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수사가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직권남용·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순실씨는 이날 검은색 코트 차림에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나왔다. 심사에서 최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고 한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심사가 끝난 뒤 “최씨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며 “특히 심사 마지막에 재판장에게 이야기할 땐 굉장히 흐느꼈다”고 말했다.

현일훈·김선미·서준석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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